5t트럭 준비했다 빈손으로 돌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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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3일 오전 11시30분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광객들 앞에서 국가기록물 유출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정 기록을 집에서 컴퓨터로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건데, 서울 가서 보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기록원이 눈치를 ‘씨게’ 살피는 것 같아 협상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꼬불쳐’ 놓은 기록이 있는지, 해킹과 (e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 진본 여부는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국가기록원 정진철 원장(왼쪽 둘째) 등 조사단원들이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방문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이날 방문조사는 처음 1시간30여 분 동안은 정부 관계자들과 노 전 대통령 측 사이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후 30여 분간은 전산기술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서버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국가기록원은 봉하마을의 기록을 가져가기 위해 5t 트럭을 부산지소에 대기시켰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이 자료를 내놓지 않아 소득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 측에선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전해철 전 민정수석, 김경수 비서관이 나섰다. 이들은 “ 열람권을 가진 전직 대통령이 자기 기록을 갖고 있는 것은 유출이 아니다”며 “열람 서비스와 관련한 확실한 방안이 제시되면 e지원을 반환하겠다”고 주장했다. 해킹 문제와 관련해선 “(노 전 대통령의) 서버실은 사저 내에서도 통제구역으로 2중 잠금장치가 있 다”고 강조했다.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은 2시간 동안 조사를 마친 뒤 낮 12시30분쯤 사저 밖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조사 내용을 설명하고 일단 봉하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이 오후 2시쯤 대화 내용과 쟁점별로 상세하게 입장을 밝히자 오후 4시10분쯤 기자들이 모여 있던 봉하마을회관으로 되돌아와 보충설명을 했다. 다음은 정 원장과의 일문일답.

-무엇을 확인했나.

“사저 지하실에서 e지원 시스템 서버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었다. 외견상으로는 외부와 연결돼 있지 않았다.”

-서버의 하드디스크는 원본인가.

“하드디스크에 대해 확인했으나 육안으로 확인할 부분과 기술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 ‘맞다’ ‘안 맞다’고 말하기 어렵다. ”

-노 전 대통령 측의 위법성은.

“전직 대통령 관련 기록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라는 장소는 국가기록원 내 서고를 말한다. 국가기록원 밖에 기록물이 있다는 것이 위법이다. 전직 대통령 기록이 2개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온라인 열람을 요구하고 있는데.

“열람 범위와 보안성 검토, 예산, 기술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e지원 시스템 서버를 경유하는 봉하마을 기록이 국가기록원 서버를 통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로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이 열람하더라도 국가기록원을 통해야만 위법이 아니다. 현재 봉하마을에 갔다 놓은 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위법이다.”

-오늘 가져가는 자료가 있나.

“없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열람 서비스가 전제되지 않으면 반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해=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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