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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쩌민 주석 鄧小平사후 대비 후야오방 인맥 끌어안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덩샤오핑(鄧小平.91)이 춘절(春節.음력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전망인 가운데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최근 후야오방(胡耀邦)전총서기 추종세력을 적극 끌어안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막후 지도자 鄧은 지난 94년 춘절때 국영TV인중앙전시대(CCTV)에 모습을 드러냈던 게 마지막이다.올해는 북한에 대한 신년축하 메시지에도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또 지난달 한 당원로의 사망때도 조문명단에 빠졌다.살아있으나 정치적으로 활동을 정지한 것과 같은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江국가주석은 최근 胡전총서기의 측근인사들을 적극 기용하는등 급속한 정치행보로 자신의 기반을 굳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 胡전총서기의 묘소를 참배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江주석은 이번 춘절 이후엔 胡의 측근 인사중 지난 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때 민주화운동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후지웨이(胡績偉)인민일보 전주필의 당적을 복권시킬 것 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江주석의 조치는 이른바 胡 추종세력으로 분류되는 차오스(喬石)전인대(全人大)상무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정치국상무위원,웨이젠싱(尉健行) 당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과 적극적 제휴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鄧에 의해 축출됐던 후진타오 측근세력과의 연대와 후야오방에 대한 재평가 등을 통해 자신을 핵심으로 한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를 공고화하고 鄧 사후에 제기될지 모르는 천안문사태 재평가요구등에 다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 전문 가들의 분석이다. 江주석이 胡를 재평가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있다. 먼저 그의 측근세력중 최고 권력에 도전할 사람이 별로 없으며 지난 87년 胡를 몰락시킨 책임을 鄧과 자오쯔양(趙紫陽)전총리등 과거의 당.정 원로들에게 돌려놓기 위한 것이다.즉 중국인민에게 인기가 높았던 胡의 제거작업에는 현 지도부 가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최근 정치재개를 암중모색하는 趙전총리의 세력까지 견제할 수 있다는 복선을 깔고 있다.
더욱이 胡에 대한 재평가를 계기로 현재 신격화된 덩샤오핑이란존재를 끌어내리는 동시에 胡의 개혁개방노선을 찬양,현재의 개방노선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胡의 측근이거나 동조세력이었던 지식인들의 호감을사 이들과의 유대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과거 胡의 논리를 대변했던 3인방중 한명이었던 우장(吳江) 전사회과학원부원장이 지난해 펴냈던 『후야오방과 함께 한 10년간의 길』이란 저서가 최근 홍콩.중국의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는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게 보인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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