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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게 행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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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34면

새로운 학문 분야로 각광받는 행복학은 심리학적 접근법이 주류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대린 맥마흔(역사학과) 석좌교수는 역사학의 방법론을 구사한다. 맥마흔 교수의 저서 『행복의 역사(Happiness: A History)』가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2006년 주목할 100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책이다. 그는 부인과 첫 데이트를 한국식당에서 했고 지금도 한국음식을 즐긴다. 그는 현재 천재성의 역사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이다. 다음은 맥마흔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 요지다.

- 『행복의 역사』의 주요 결론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에서 오늘날까지 역사 속에서 행복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했다. 행복의 개념은 서구인의 삶에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18세기에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 삶이란 고통스럽다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게 됐다. 역사상 최초로 행복은 모든 사람의 당연한 권리가 됐다. 서구에서 시작된 이 혁명은 전 세계로 전파됐다. 행복이 당연시되면서 불행은 비정상적인 게 됐다. 행복하지 못한 현대인은 심지어 죄의식까지 느낀다. 그들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행복보다 권력이나 재물, 아니면 그저 생존을 추구해온 것은 아닐까.
“독일 철학자 헤겔은 ‘역사에서 행복한 시대는 백지 상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실 행복의 추구는 엄청난 사치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나 권력·재물에 대한 욕심이 역사를 움직인 막강한 힘이었다. 그러나 18세기부터 행복이 개인과 사회의 희망과 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졌다.”

-역사적으로 행복의 개념은 어떻게 변천했는가.
“문명의 초기 단계에서 행복은 행운과 동의어였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행복은 덕행을 의미했다. 그리스도교인에겐 신(神)이 곧 행복이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불변하는 것도 있다. 인류 역사의 초기부터 행복은 인간 최고의 소명, 가장 완벽한 상태와 동일시됐다. 행복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를 완성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무엇이 행복을 결정하는가.
“심리학자인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은 50%가 유전자, 10%가 생활여건이나 인생에 벌어지는 일들, 나머지 40%가 개인의 선택·결정·태도에 달려 있다. 문화가 우리의 선택·결정·태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면 문화는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인정할 수 있다.”

-행복을 부르는 행동에는 어떤 게 있나.
“행복감을 증진시킬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데이터가 축적됐다. 감사를 표시하는 것은 ‘웰빙 느낌’을 증가시킨다고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세계의 주요 종교가 신·가족·이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종교의식으로 승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받은 축복을 헤아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종교·결혼·우정·감사 표시는 행복의 증진과 연관이 깊다. 다만 행복은 유전과도 관계가 깊다. 천성적으로 남들보다 행복한 사람도 있다.”

-행복학의 연구 중 주목할 게 있다면.
“경제학자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기존의 경제지표와 차별화될 수 있는 대안적 지표 개발에 많은 연구자가 매달리고 있다. 그들은 발전과 웰빙을 보다 잘 측정할 방법을 찾고 있다. 돈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복이 지수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미미하다. 행복을 수리적으로 측정하는 데 대해 나는 회의적인 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정책 입안자들과 정치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행복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모든 시대의 사람들에게 행복은 중심적인 관심사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화 이후 덕망·명예·신앙·조국을 위한 희생 등의 중요성이 줄어들어 행복은 더욱 두드러진 가치가 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행복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시대상과 무관치 않다. 자본주의의 승리, 냉전 종식 등의 요인들이 작용했다. 지나치게 행복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국의 위대한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지적한 것처럼 ‘나는 행복한가’라고 자문하는 사람은 바로 그 순간부터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현대인이 행복에 집착하는 이면에는 깊은 문화적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인생에서 행복 외에도 중요한 다른 가치들이 있음을 인정할 것이다. 얄궂게도 행복을 손에 넣는 최선의 방법은 행복 이외의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행복에 대해 성찰한 많은 현자가 깨달은 ‘비밀’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행복이다. UC버클리(학부)와 예일대(박사과정)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비결을 공개하자면.
“두 대학 모두 노력·창의성·비판의식·독창성을 강조했다. 스스로를 절제하고 지속적으로 공부에 헌신하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두 대학에서 배웠다.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력이 고역(苦役)이 돼서는 안 된다. 노력에다 참신하고 혁신적이며 독창적인 생각이 더해져야 한다. 다른 인생 분야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학자가 되려면 이미 이뤄진 성과를 완벽히 마스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스승이 가르쳐 준 바를 뛰어넘어야 한다.”



정리=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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