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하루 1500cal 섭취 … 정상 활동 힘든 수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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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호 12면

북한의 식량 사정이 나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통일부·세계식량계획(WFP) 모두 100만t 이상 필요하다고 본다. 주민 하루 최소 소비량 1만t을 기준으로 100일치 이상 모자란다. 외부 유입도 미미하다.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4월까지는 18만t 정도의 곡물이 중국에서 수입됐지만 이후엔 콩 123t만 들어왔다.

미국 4개 NGO ‘북한 식량난 현지 조사’

그렇다고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국내 NGO ‘좋은 벗들’ 이사장 법륜 스님은 “당장 20만t을 보내지 않으면 대량 아사가 닥친다”며 지원 촉구 단식을 한다. 그러나 통일부는 ‘그 정도는 아니다’고 본다. 그러나 모두 결함 있는 주장이다. 현지 사정을 종합 실사한 게 아니라 각 측의 정보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논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실사 자료가 나왔다. 북한 현지 조사를 마친 미국의 4개 NGO가 중간 보고서를 냈기 때문이다. 최근 사정에 대한 첫 현지 보고서다. 미국 내에 제한 배포된 15쪽 분량 보고서의 내용을 북한 소식통이 전해 왔다.

4개 단체는 ‘자비군단(Mercy Corps), 월드 비전(World Vision), 제1 사마리탄(Samaritan First), 지구 자원 서비스(Global Resources Services)다. 이들은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50만t 식량 가운데 10만t의 배분을 맡고 있다. 조사기간은 6월 4~20일. 15명이 평안북도 남서부 19개 군과 자강도 서북 7개 군을 돌았다. 도 인민위원회, 병원, 유치원, 소학교 등지, 양정 사업소, 협동농장 관리위 사무소, 살림집을 살폈다. 골자는 네 가지다.

첫째, 하루 배급량이 정상의 3분의 1에 못 미치며 배급과 주민 자체 조달 식량을 합해도 어른 기준 하루 1500cal를 못 넘긴다. 성인 하루 최소 기본 섭취 열량 2100cal에서 30% 모자란다. 세 끼 중 한 끼는 거르는 셈이다. 따라서 정상 활동이 어려워 모내기 등 영농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내년 식량 사정도 좋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둘째, 식량 재고도 거의 바닥이다. ‘대부분 군의 재고가 보름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평북도 양적 책임자는 “재고가 3700t”이라고 했는데 보고서는 ‘정상의 3분의 1로 배급해도 6월 말이면 떨어지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곡창지대인 평북 지역이 이 지경인 것으로 미루어 상황이 진짜 심각한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셋째, 7월이면 2모작 수확이 시작되는데 작황이 안 좋아 한 달 정도면 끝이다. 강냉이는 9월 말, 쌀은 10월에 수확된 뒤 11월 배급이 시작되므로 8~10월 사이 식량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결론으로 “9월 말 가을걷이 때까지 외부 지원, 수입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따라서 현 상태로는 식량이 모자란다”고 했다. ‘방치하면 아사자가 나올 상황’이란 의미다.

WFP도 북한 조사를 마쳤다. 폴 리슬리 대변인은 “6월 10일부터 2주 정도 북한의 8개 도, 53개 군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살림집 560곳도 방문했다. WFP는 미국이 제공하는 식량 50만t 가운데 40만t의 배분을 맡는다. 함경도·양강도 등 척박한 지역을 조사했기 때문에 결론도 좋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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