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노 전 대통령 "청와대 거짓말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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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1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를 방문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왼쪽에서 둘째) 등 지도부를 배웅하며 청와대 자료유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해=뉴시스]

청와대와의 국가기록 유출 공방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은 11일 “(청와대가) 사실과 안 맞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열람권을 보장해 주면 (해결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김해 봉하마을 사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면담을 마친 뒤 송영길 최고위원이 기록유출 논란의 경위를 묻자 “사실과 거의 안 맞다. 너무 모르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국가기록 유출 공방이 벌어진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사본”이라며 “사본을 돌려주면 열람할 수 없다. 기록을 보지 말라는 말이냐”며 따졌다.

그는 또 “열람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기록원이 있는) 성남에 와서 보라는 것”이라며 “월 250만원이 들어가는 전용선 서비스를 비롯해 방안을 마련해 주거나 내 비서 3명이 공무원이니 비밀취급인가를 내주고 관리시켜 주면 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전용선이 연결이 안 돼 대통령이 사본 한 부를 갖고 있는데 무슨 위험이 있느냐”며 “열쇠 2~3개로 보관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연결선이 차단돼 있는데 그 한 부를 갖고 있는 것이 그렇게 불편하면 전용선 서비스를 해달라. 그러면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공보비서관은 “청와대가 관계자 명의로 말을 하는데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나서면 된다”며 “청와대가 공식 대응하면 우리도 공식 대응하고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한 친노 인사는 “민주당 지도부에게 봉하마을 내부 논의를 소상히 설명한 것은 청와대와의 공방에서 당이 일정한 역할을 해달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확대 운동 등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선 어차피 이번 국면을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이날 면담을 마무리하면서 “봉하마을에서 진보의 씨앗을 조금씩 뿌리고 싶다. 진보란 것은 쉽게 말해 민주주의의 확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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