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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모녀 살해 피의자는 이웃청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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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강화도 모녀 납치·살해 사건’은 피해자의 이웃집 청년이 유흥비 마련을 위해 중학교 친구·후배와 공모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윤복희(47·여)씨와 딸 김선영(16·고 1년)양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강화경찰서는 사건 발생 24일 만인 11일 피의자 안모(26)씨 등 4명을 붙잡아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피의자들이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은 윤씨 모녀를 살해해 빼앗은 돈으로 개인 빚을 갚거나 새 차와 의류 등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범행 및 도주=경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지난달 17일 오전 윤씨 집 뒷산에 숨어 있다 딸 김양을 학교에 태워주고 돌아오는 윤씨를 납치했다. 이어 윤씨를 위협해 은행에서 현금 1억원을 인출하도록 하고 경찰 신고에 대비해 학교에 있는 딸을 불러내도록 했다. 수사 관계자는 “윤씨가 딸을 불러내라는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으나 ‘돈만 주면 해치지 않겠다’는 범인들의 말을 믿고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시쯤 공범 하모(26)·이모(24)씨는 윤씨의 무쏘 차량으로 강화 읍내의 은행으로 가 윤씨에게 현금 1억원을 인출하도록 한 뒤 이동 중 차 안에서 윤씨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안씨는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로 학교에서 딸 김양을 납치, 오후 7∼8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제방 도로에서 살해했다. 범인들은 창후리 제방도로 옆 갈대밭에 모녀의 시신을 버린 뒤 돈을 나누어 가졌다. 이후 안씨의 쏘나타 차량으로 강화도를 벗어나 안산으로 도주한 뒤 승용차를 버리고 도주 생활을 해 왔다.

◇범행 동기=강화군 송해면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 안씨와 피해자 윤씨의 집은 불과 수백m 떨어져 있다. 윤씨의 딸 김양은 안씨를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던 안씨는 윤씨가 4월 초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했다는 소식과 함께 거액의 보험금을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씨는 강화도에서 최근까지 함께 거주하며 중학교 친구와 후배인 공범들과 4월 말 범행을 모의한 뒤 중고 쏘나타 승용차를 구입하고 5월 초에는 윤씨의 집을 2∼3차례 답사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안씨가 윤씨 집에서 114 안내에 전화를 걸어 김양이 다니는 학교의 전화번호를 문의한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확보했었다. 안씨와 공범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추적하던 경찰은 10일 안산에서 안씨를 붙잡아 추궁한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 살해사건의 피의자들에게서 ‘2006년에도 강화도에서 다방 여종업원 1명을 납치,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정기환·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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