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물가 뜀박질에 세계 인플레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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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소비자물가가 오르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수개월 내 아시아 발(發) 인플레가 미국 등지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AWSJ)이 12일 보도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아시아의 소비자물가가 태국과 필리핀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중국 특수(特需)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 선으로 급등하고 고철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지난 18개월간 두배 이상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태국은 지난 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올라 3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태국의 소비자물가는 1.8% 올랐으나 2002년은 0.7% 오르는 데 그쳤었다.

필리핀의 3월 소비자물가도 3.8%나 올라 2001년 말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도 심상찮다. 2002년과 2003년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던 중국 물가는 올 1월 3.2%나 뛰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인플레 압력은 미국 등 여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 중국 등 아시아가 제조업에 있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물가도 지난 5년간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직 인플레를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2월의 자동차 배터리.철강.카푸치노.항공화물 등 일부 제품과 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뚜렷하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최근 5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 왔으나 최근 들어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원자재값 고공행진을 이유로 제품값을 올리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소니는 코발트 가격이 비싸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값을 10% 올렸으며, 한국의 금호타이어도 천연고무 가격이 지난 18개월간 65% 올랐다는 이유로 최근 타이어 수출가격을 3~5% 인상했다. 미쉐린도 미국과 유럽.아시아에서 타이어 가격을 5% 올렸다.

삼성전자 역시 철강재와 합성수지 가격앙등으로 지난달 초 냉장고와 세탁기 등 몇몇 가전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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