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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살롱>작가 조정래씨 부인 시인 김초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시인 김초혜(金初蕙.53)씨는 요즘 남편의 「가출옥」상태를 즐기고 있다.스스로를 「글감옥에 갇힌 죄수」라고 부르는 金씨의남편은 다름아닌 소설가 조정래(趙廷來.53)씨.
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이 세상빛을 보기까지 趙씨는 집안의 작업실에 틀어박혀 하루 15시간 가까이 집필에만 전념했고그런 남편이 안쓰러워 장보러간 발걸음마저 빨라지던 金씨였다.『죄수도 힘들었지만 간수 노릇도 쉽진 않았다.』 지난 15년 세월에 대한 金씨의 자평이다.
내년초 趙씨가 60년대 이후 한국 현대사를 짚어갈 새 작품에들어가기까지 금쪽같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요즈음,이들 부부는며칠 틈을 내 이달초 파리에 다녀왔다.이번 파리행의 주인공은 金씨.88년 나왔던 연작시집 『어머니』의 프랑 스어판 출간기념행사에 참석키 위해서였다.
시인의 가치를 존중해줄 줄 아는 문화적 토양에 깊은 인상을 받고있던 그에게 마침 서울서 날아온 전화는 올해의 현대문학상 시부문 수상 소식을 알려줘 기쁨은 두배로 늘어났다고.
『아내 노릇과 시인으로서의 삶,어느 한가지도 소홀하지 않으려노력해왔습니다.고생하는 남편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나 평생의 업으로 택한 시를 쓰는 일이 제게는 똑같이 중요해요.』 문단에서손꼽히는 금실좋은 소설가의 아내이자 『사랑굿』으로 시집으론 드물게 1백만 독자를 만나는 「행운」을 누린 시인의 입에서 나올법한 얘기였다.이처럼 흔치 않은 동갑내기 문인 부부를 탄생시킨장(場)은 동국대 문학서클인 동국문학 회.영문과에 다니다 미당서정주선생의 추천으로 등단,3학년때 국문과로 전과한 金씨는 같은 과 동기이던 趙씨와 문학회 활동을 통해 친숙해졌다.서로의 작품을 보여주며 맹렬한 비평을 서슴지 않던 두 사람은 『한길을가는 부부가 되자』는 말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결혼을 작정하게 됐다고.
「글쟁이」 사위,며느리에 대한 양쪽 집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칸 셋방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이 올해로 30년.고생이 왜 없었을까마는 金씨는 『곤궁할땐 곤궁한대로,형편이 나아진 후엔 또 그나름대로 항상 마음만은 풍족하게 살아왔다』고 말 한다.
金씨의 결혼생활을 풍족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남편 趙씨가결혼초의 약속 그대로 시인으로서의 아내를 존중해주고 있는 것.
지금도 부부가 틈만 나면 새벽두세시까지 서로의 작품 이야기,세상 이야기로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면 믿는 사 람이 별로 없단다. 『그 흔한 부부싸움 한번 해본적 없다』는 두 사람의 바람은 지금까지처럼 서로 토닥이고 보듬으며 글쓰는 길을 함께 가는 것.또 외아들인 대학4년생 도현이가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준다면 그 이상의 행복이 없겠다고 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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