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銀.애플컴퓨터 경영좌절談 책으로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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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거액의 손실을 내고 파산한 베어링은행과 부실의 늪에 빠져 선 마이크로시스템에 넘어가기 직전인 애플컴퓨터.세계적 경영실패의 장본인들이 스스로 반성문을 펴내 화제다.
「여왕 폐하의 은행」이라고도 불리던 명문 베어링은행을 도산시킨 싱가포르지점 딜러 닉 리슨의 자서전 『사기꾼 딜러』가 14일부터 발매됐다.그는 이 책에서 『상사를 속이는 것은 너무 간단했다』며 『이사들은 나의 명성을 믿고 자유롭게 놓아두었다』고말했다.거액의 손실이 허술한 내부감시체제 탓이라는 것이다.
리슨은 92년 동료의 잘못으로 발생한 2천2백50만원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부정행위가 지난해 2월 손실이 무려 1조8백억원에 이르렀다고 쓰고 있다.그는 『장래를 잃어버렸다는 두려움과 초조감에 매일 축구경기에 탐닉했다』며 『 손실액을 아는 것은 죽음과 같은 공포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리슨은 현재사기죄로 6년6개월 형을 받고 항소를 포기한 상태.
애플컴퓨터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은 기술경쟁에서 패한 것이 아니고 경영전략에서 패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문에서 진단했다.그는 애플이 마이크로 소프트와는 달리 기본소프트웨어를 공개하지 않은 것,매킨토시에 탑재된 기술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오판한 것이 치명적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애플은 컴퓨터 본체의 판매로 이익을 올리겠다고 생각,다른 회사가 기본 소프트를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컴퓨터 본체 가격도 경쟁 기종에 비해 2배나 비싸게 받았다는 것이다.
워즈니악은 지금 생각하면 라이선스를 빌려주고 적정한 로열티를받았어야 했다고 반성했다.그는 그러나 애플의 장래와 관련,『거액의 손실에 따라 조직이 재편됐으며 영업실적은 회복되고 있다』며 낙관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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