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사이버 상왕 하려 했나” 민주 친노 “노무현 흠집 내기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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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정부 간 국가기록 유출 공방에 대한 정치권의 지원 사격에 불이 붙었다. “사이버 상왕(上王)을 노리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비판하는 한나라당과 “노무현 흠집 내기를 중단하라”며 발끈한 민주당 내 ‘친노(親노무현) 그룹’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에선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10일 “사실을 밝히는 조사가 선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先) 진상 규명, 후(後) 정치권 대응이 옳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런 뜻을 모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제정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열람을 할 수 있지 가져갈 수 있게 돼 있지 않다”며 “전두환 정권이 일해재단을 만들어 상왕 노릇을 하려고 했듯 (노 전 대통령이) 사이버상에 일해재단을 만들어 상왕 노릇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도 노 전 대통령 측이 “열람권이 보장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등기부등본 열람이 가능하다고 등기소에 보관돼 있는 원본을 가지고 나올 수는 없다”며 “열람하는 것과 함부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친노 그룹은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 초기 행정관을 지낸 백원우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며 “근거 없는 원본, 사본 논쟁을 하지 말고 국가기록원장이 현장에 가서 보면 당장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기록물은 후임 대통령에 넘기는 게 아니라 국가기록원에 넘기는 것인데 청와대가 마치 자신들이 못 넘겨받았다고 착각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과 이광재 의원도 방어에 나섰다. 안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지정 기록자료는 전직 대통령만 열람할 권리가 있는 것이므로 청와대가 자료를 빼내갔다고 표현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재 의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환위기까지 겹쳐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데 청와대가 자료 유출 사건에 신경을 과도하게 쓸 만한 여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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