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진실 아닌 '…사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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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리 문화부기자

'대통령 영부인 비하 발언'의 전후 내용을 생략한 짜깁기 편집으로 지난 10일 방송위에서 '주의' 조치를 받은 MBC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이 이번에는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과의 전화 인터뷰라며 9일 방송한 전화 녹취가 엉뚱한 사람과의 통화임이 확인돼 망신을 당했다.

'신강균의…' 제작진은 11일 "취재팀이 田대변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오인해 다른 사람과의 전화 녹취를 내보냈다"며 사과문을 냈다.

설마 MBC가 전화 상대가 엉뚱한 사람인 줄 알면서도 '田대변인과의 인터뷰'라며 방송을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작진의 해명대로 '오인'이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전화 녹취가 진짜 田대변인과의 통화였다 하더라도 제작진은 방송 윤리를 위배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녹취 대상에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겠다'는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田대변인은 하지도 않은 인터뷰 때문에 많은 시청자에게서 거센 비난까지 받았다.

MBC는 지난해 11월 취재원의 인권을 존중한다며 국내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몰래 카메라.녹음 취재와 관련한 준칙'을 마련했다. 준칙은 '전화 녹음은 대화자의 동의 없이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불가피하게 비밀 전화 녹음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대비한 예외 규정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대한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그러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대체 수단이 없을 경우▶침해되는 프라이버시 정도보다 몰래 카메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나 뉴스의 가치가 현저히 클 경우에만 예외로 한다고 제한했다.

'田대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과의 몰래 전화 녹음이 과연 중대한 공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는지, 그리고 뉴스의 가치가 田대변인의 인권보다 현저히 컸는지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짜깁기 편집으로 이미 한 사람을 '인격살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 왜 또다시 방송 강령조차 어기면서 무리수를 두었는지도 궁금하다.

안혜리 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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