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低價도서 독자 발길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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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해 국내 신간의 평균가격은 9천5백원.이는 93년 8천2백원에 비해 15%나 인상된 값이다.책값 인상에 대한 독자들의반발인가.
최근들어 3천~4천원대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아예 대부분의 신간을 6개월정도 판매하다 미국 등 외국처럼 값싼 「페이퍼백」으로 재출판하겠다는 출판사까지 등장하고 있다.
출판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도서대여점에 빼앗긴 독자들의 발길을다시 서점으로 돌리겠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솔출판사에서 지난해 말 선보인 「한국명작소설총서」 시리즈가 중저가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 기획이다.문학의 해를 맞아 나온이 시리즈는 현역작가 50명과 작고작가 50명의 대표단편을 간추려 앞으로 1백권을 펴낼 계획이다.
지난해 12월말 1차분으로 선보였던 박경리.박완서.조세희씨의작품집은 발간 1개월 만에 2쇄에 들어갔다.
이 기획의 강점은 초기부터 오늘까지 유명 작가의 대표작만을 수록한 것.비교적 저렴한 4천8백원이어서 주독자층인 고등학생들과 20대 여성들의 손길을 끌고 있다.박경리씨의 단편집 『환상의 시기』엔 작가의 초기 중.단편소설 『외곽지대』 『암흑시대』『환상의 시기』등 7편이 담겨 있어 『토지』같은 대작에서와는 또다른 노작가의 작품세계를 읽게 한다.
박완서씨의 『울음소리』도 데뷔 10년후인 80년대의 단편과 94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까지 담아 꽤 알차다.
소담출판사가 50권으로 완성한 「베스트셀러 월드북」 시리즈도3천5백원에서 4천5백원 선으로 학생독자들이 즐겨 읽는다.
90년부터 95년까지 6년에 걸쳐 완간된 이 시리즈는 이 출판사 매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시리즈중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헤르만 헤세의 『데 미안』등 20여종은 매년 1만5천부정도 팔린다.
최근들어 중저가 도서에 가장 열성을 보이는 출판사는 고려원.
이 출판사의 박건수전무는 『신간 발간 6개월 후에는 대부분의 책을 페이퍼백으로 저렴하게 공급,독자들이 도서대여점의 필요성을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원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중국작가 김용의 대표작 『소설영웅문』도 이번에 기존 국판본의 절반 값인 3천원짜리 페이퍼백으로 다시 선보였다.
이 출판사는 또 페이퍼백 「고려원 세계문학총서」 1백권을 97년까지 완간할 계획이다.
1차분으로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프란츠 카프카의 『심판,변신』,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존 스타인벡의 『에덴의 동쪽』등 10권이 3천원대로 독자들을 찾고 있다.
한 가지 흠은 중저가 기획이 모두 이미 발표된 작품의 「재탕」이라는 것.
최근 국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독일작가 파트리크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향수』『콘트라베이스』『비둘기』가 모두 4천5백원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만하다.물론 이 책들의 부피가 다른 책에 비해 얇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 리 주독자층이어느 가격선에서 부담을 안 느끼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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