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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휴대폰 시장 르포 <하> “연 67조원 시장 모바일 금메달 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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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통신시장 개편방향을 제시하면서 3G 활성화 조치를 순차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동안 중장기 통신정책이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의 구름’ 속에 숨었던 중국 3G 이통시장 골격이 드러났다. 연간 67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 중국. 통신 강국들은 중국이 드디어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는 판단에 따라 부지런히 시장진입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5월 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통신체제 개혁 공고’를 발표했다. 6개 통신회사를 3개사로 통합하는 통신시장 개혁안이었다. 1위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CM)은 중국 표준의 TD로 3G 이통서비스를 할 전망이다. 2위 이통사인 차이나유니콤(CU)은 유럽방식 이동통신(GSM) 서비스에 전념하고, 미국 방식 이동통신(CDMA) 사업은 차이나텔레콤(CT)에 넘긴다. 1위 유선통신사인 CT는 이를 디딤돌로 이통 시장에 진입한다.


한 달 뒤인 지난달 24일 중국 공업신식화부의 리이중(李毅中) 부장(장관)은 차이나모바일에 중국 이통표준인 TD사업을 적극 추진하라고 요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TD의 실패는 없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코앞에 둔 이달 말까지 8개 도시의 1차 시험 이용자를 조사한 뒤 6만여 명의 2차 테스트 이용자를 모집하도록 지시했다.

이튿날인 25일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에 위치한 SK텔레콤 중국법인. 이곳에는 요즘 중국 정부와 통신업계 소식들이 속속 날아들고 있다. 이날 오전엔 차이나모바일이 그동안 미적지근했던 TD 정책에서 벗어나 ‘3년 내 TD 1억 가입자 확보’를 목표로 전력투구에 나선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 회사의 김영선 부장은 “CM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이르면 10월 TD 통신망에 대한 대형 입찰을 하고, 일부 대도시에 1만4000여 개 세우는 데 그친 기지국을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이통시장인 중국이 3G 휴대전화로 세계 통신시장을 쥐락펴락할 태세다.

TD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다탕(大唐)전신과기산업집단(연구소)의 쩐 차이지(具才基) 동사장(원장)은 “TD는 중국이 개발해 국제 3G 표준으로 인정받은 첨단 이통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5월 말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연구원 로비에서 동영상 통화 시연을 매끄럽게 할 정도로 상용 서비스에 자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은 SK텔레콤의 CDMA 운용경험 능력, 삼성전자·LG전자의 시스템 및 단말기 경쟁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과 중국의 ‘윈-윈 체제’가 구축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도 곁들였다. 공기업을 관리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후치쥔(戶奇駿) 신산업리서치 부장도 “정부의 통신시장 개편 발표로 중국 통신시장 로드맵이 투명해졌다. 중국 이통사는 물론 해외 통신회사들도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SK텔레콤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가 잇따라 쏟아낼 후속 조치인 컨버전스나 서비스 대행(MVNO) 등 직·간접 통신사업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분 투자로 중국 통신시장에 진입한 보다폰(영국)·텔레포니카(스페인) 등 선진 통신회사들이 중국 투자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텔레포니카의 세사르 알리에리타 사장은 최근 “차이나유니콤의 지분율(3.1%)을 10%까지 늘리겠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보다폰도 최근 차이나모바일·소프트뱅크(일본)와 손잡고 차세대 무선 인터넷을 서비스하려고 ‘JIL’ 조인트 벤처를 출범시켰다.

베이징=이원호 기자  

“중국시장 투명해지니 싸울 만하다”
SK텔레콤 중국법인 이석환 사장

“이제는 중국 이동통신 시장의 전략이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차이나유니콤의 지분투자는 시작에 불과하다. 차이나모바일(CM)·차이나유니콤(CU)·차이나텔레콤(CT) 3대 이통사와 3G 서비스에서 무선 인터넷, 콘텐트 사업 등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다.”

25일 SK텔레콤 중국법인에서 만난 이석환 총경리(사장·사진)는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개혁방안은 통신시장 개방 일정을 투명하게 보여준 긍정적 조치”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그동안 중구난방의 가상 시나리오를 갖고 안절부절못했던 중국 통신업계가 불확실성이 줄어든 사업환경에서 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총경리는 특히 중국이 곧 서비스할 3G 서비스의 성공을 확신했다. “지금까지 중국 이통사들은 정부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것. 이제는 CM이 중국표준(TD-SCDMA)에, CU가 유럽 방식(GSM)에, CT가 미국 방식(CDMA)에 각각 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CU와는 대주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며 3G 유럽 방식(WCDMA) 서비스에 참여하고, CM은 TD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파트너로 상호 협력할 수 있다. CT와도 한국의 CDMA 운용기술을 전수하며 새로운 제휴관계를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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