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재밌다] 1회 아테네 대회 마라톤 우승자 달걀 먹고 와인 마시고 ‘대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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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꽃’은 마라톤이다. 하지만 마라톤이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다. 기원전 776년부터 261년까지 이어진 고대 올림픽에서도 육상은 주요 종목이었지만 마라톤은 없었다. 최장거리 달리기래야 5000m를 넘지 않았다.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친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아테네 병사가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달린 후 숨졌다는 극적인 사건은 기원전 490년의 일이다. 마라톤이 탄생하기 전부터 올림픽이 열렸던 셈이다.

아테네 병사가 달린 거리를 나중에 실측해 보니 36.75㎞였지만 1920년 7회 올림픽까지는 개최지의 여건에 따라 40km 정도를 달렸다. 마라톤 코스의 길이가 42.195km로 정해진 것은 8회 파리 올림픽부터다.

1회 아테네 대회에서는 그리스의 물지게꾼 스피리돈 루이스가 2시간58분50초로 1위로 골인했다. 요즘 상급 아마추어의 기록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는 달리는 도중 부활절 달걀, 오렌지 주스 등을 먹고 마시며 달렸다. 심지어 코스 근처에 있는 오두막에서 삼촌이 갖다준 와인을 들이켜며 “마지막에는 내가 1위를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고, 그 말대로 32km 이후 상대를 차례로 제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물세 살의 순박한 이 청년은 그리스 국왕이 소원을 묻자 당나귀가 끄는 물 배달용 수레를 요구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마라톤에 여성이 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며, 올림픽에서는 84년 LA 대회부터 문호를 개방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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