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영화배우 독고성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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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속 그 모습처럼 그는 과묵하게 이승을 떠났다. 액션 배우로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독고성(본명 전원윤)씨가 10일 오후 8시 별세했다. 75세.

고인의 장남으로 뒤를 이어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독고영재(본명 전영재.51)씨는 "당뇨병으로 두달가량 고생하시긴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가실 줄은 당신도 몰랐던 것 같다"며 마지막 가는 길에 별다른 유언이 없었던 점을 아쉬워했다.

192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라벌예대를 중퇴한 뒤 55년 이강천 감독의 '격퇴'로 은막에 데뷔했고, 이후 520여편의 영화에 주.조연 및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현금은 내것이다'(65년) '제3부두 0번지'(66년) '암흑가의 25시'(70년) 등의 영화에서 악당 역을 맡았다.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액션 배우 중 고(故) 허장강씨가 코믹하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박노식씨가 악당 역과 선한 역을 오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고인은 줄곧 정통 악역을 고수했다. 독고라는 예명의 성(姓)에서도 풍기듯이 그의 연기는 선이 날카롭고 강했다.

조희문(상명대 영화과)교수는 "차갑고 잔인한 역할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관객에게 본의 아니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한국 배우 중 그처럼 일관되게 자기 캐릭터를 갖고 연기한 배우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70년대 후반 사실상 영화계를 떠났던 그는 몇년 전 영화배우 김민종씨와 휴대전화 벨소리 CF에 출연한 적이 있다. 고인은 슬하에 2남2녀를 뒀다.

독고영재씨는 "아버지는 참전예술인협회장 등을 지내긴 했지만 말년엔 친구가 없어 아주 쓸쓸해 하셨다"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평생 품고 계셨는데도 이를 마음껏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 게 못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13일 오전 7시. 02-3410-6914.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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