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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오일쇼크’에 쇄신보다 안정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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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이 7일 국정수습책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개각이다.

무성하던 말 끝에 장관 세 명을 교체하는 소폭 수준으로 결론이 났다. 여권의 일각과 야권에서 주장해 온 한승수 국무총리의 교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대표되는 경제팀도 살아남았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6월 20일 대통령실장-수석 전면 경질에 이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을 심기일전의 자세로 극복해 나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리에게 한 번 더 책임지고 일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정의 연속성, 고유가 등 어려운 경제 여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사실 ‘정부의 면모 일신(一新)’과 ‘국정의 연속성’은 서로 상충하는 문구다. 보통 개각을 앞두고 하는 전망에서 새롭게 한다는 뜻의 ‘일신’이란 용어엔 대폭 개편의 의미가, ‘국정 연속성’엔 현 내각 유지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로 모순되는 용어를 대변인 브리핑에서 사용한 데 대해 청와대에선 “그만큼 개각 방정식이 복잡했다”는 토로가 나온다.

지난달 중순 쇠고기 파문이 한창일 때 이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고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대통령실장 등 빅2를 포함, 대폭 개편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박근혜·심대평 총리 카드가 물 건너가면서 청와대에선 “마땅한 총리 감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또 새 총리 후보자를 구하더라도 국회 파행으로 임명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고심 끝에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전면 쇄신을 택하는 대신 개각 폭은 줄이는 쪽으로 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실장과 전 수석을 교체했을 때 이미 가닥이 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때만 해도 장관 6∼7명 정도를 교체하는 중폭 수준을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두 달여 이어지고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개각의 타이밍을 놓쳤다. 그 사이 쇠고기 정국은 ‘제3차 석유 위기’ 정국으로 넘어갔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라고 한다. 인적 쇄신 효과는 흐릿해진 반면 안정적 국정운영을 더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결국 소폭 개각을 택한 이유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여론과 정치권이 이해해 줄지다.

일단 한나라당은 “무조건 전면 개각이 능사는 아니다”(조윤선 대변인)고 두둔했다. 조 대변인은 “현 경제 상황은 특정 인사를 경질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엔 냉소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너무 오래 끌어 아예 관심이 식었다”고 말했다.

야권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은 공개적으로 대폭 개각을 요구했었다. 그래서 “국민 기만 개각”(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정치권에선 어렵사리 진행되던 개원 협상까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개원 협상이 며칠 늦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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