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은 '넓은 문' 열려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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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대학 졸업자 중 수십번 넘게 원서를 냈지만 면접도 못 봤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눈을 돌려 영업직에 도전한다면 구직의 문은 상대적으로 넓어진다.

취업포털 잡코리아(http://jobkorea.co.kr)에 따르면 이 회사에 등록된 기업체 구인 공고 중 영업.마케팅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23%에서 지난해에는 26%로 높아졌다. 하지만 영업.마케팅직을 지원하는 구직자 비중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그만큼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이야기다. 영업직 채용이 많은 업종은 유통.무역.물류, 화장품, 의료.제약, 금융업이었다. 헬로잡(http://hellojob.com)의 최윤선 팀장은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기업체들이 수익과 직결되는 영업직 채용 비중을 늘리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최근 영업직은 전문화하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와 보험업계에선 명칭마저 바뀌었다. 제약업계는 영업직에 대해 '의료정보담당자(MR)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제약 영업을 위해 비교적 전문적인 의학지식 습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도 '보험 아줌마'는 옛말이다. 고학력.고연봉화하면서 명칭도 '보험설계사' '라이프 플래너' '파이낸셜 컨설턴트' 등으로 불린다.

영업직의 가장 큰 매력은 성과가 즉시 보수에 반영되는 데다 다른 직종에 비해 시간관리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취업사이트 스카우트(http://scout.co.kr)가 지난해 직종별 연봉을 조사한 결과, 영업직 평균연봉은 신입사원 2041만원, 경력사원 2490만원으로 일반사무직보다 20%가량 높았다.

또 최근 기업 내 승진이나 외부 스카우트 때 영업직 경력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즉, 신입사원 시절 영업 경험이 평생 경력관리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업종과 기업을 잘 선택해 지원한다면 의외로 쉽게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으며, 몇년안에 원하는 부서로 옮길 수도 있다.

CJ 홍보실의 4년차 직원 박진위씨는 영업직원으로 들어왔다 홍보실로 옮긴 케이스. 박씨는 "2년간의 영업부서 경험이 생산.마케팅.소비자 관계 등 회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달재(54)이사가 사내 최초로 영업사원 출신으로 임원으로 승진, 화제가 되기도 했다.

IBK헤드헌팅 김한석 대표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 지사장을 뽑을 때 그 후보자가 영업을 해봤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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