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기밀문건, 봉하마을엔 있고 청와대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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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청와대’엔 없고, 봉하마을에만 있는 자료는 뭘까.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이 청와대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봉하마을로 옮겼다는 청와대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드는 의문이다.

현재 봉하마을에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들이 있는지에 대해 청와대는 “메인 서버의 핵심 부분을 통째로 옮겨 갔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추정만 가능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봉하마을 사저를 압수수색하기 전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2월 국가기록원에 제출한 기록물들을 현재 이명박 정부는 열어 볼 수 없다. 현재 대통령 기록물 관련 법률에 따르면 ▶국가 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거나 ▶정무직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된 기록물 등 민감한 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거나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열람이 가능해서다.

이 때문에 봉하마을에선 열람이 가능하고, 현 정부 관계자들은 접근이 봉쇄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청와대는 하소연한다. 본지 취재 결과 봉하마을에 보관 중인 자료 가운데 일단 7개 안팎의 중요한 비밀 문건이 확인됐다.

우선 2004년 8월 20일 작성된 150쪽짜리 ‘국가정보원 비전 2005’ 문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시대적 변화에 따라 필요한 역할 변화 등 국가정보원의 미래 비전과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국가정보원 조직도 등이 담겨 있다는 전언이다.

2003년 6월 18일 작성된 3쪽짜리 ‘패트리엇 미사일 도입 관련 현안 검토’ 문건과 2004년 5월 21일 작성된 4쪽짜리 ‘한·미 관계 미래비전 검토’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6쪽짜리 ‘최근 북핵상황 평가 및 대책, 서면보고 자료’(2005년 5월 18일·2급 비밀) 문건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가 2004년 2월에 만든 2급 비밀 문건 ‘국가안보전략지침’ 등도 봉하마을 사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5년 3월 5일 작성된 3쪽짜리 ‘고위급 대일전략 검토회의 결과 보고’가 포함돼 있다.

‘4차 6자회담 진행상황 중간보고’(2005년 7월 28일)라는 제목의 3쪽짜리 문건 등 남북 관계와 관련된 중요한 문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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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인사 관련 데이터베이스 등을 제외하고 이지원 속에 있던 자료들만 합해도, A4용지로 연결했을 때 33만4125㎞가량 되고, 용량으로는 3.5TB(테라바이트,1TB=1000기가바이트)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함께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40만 명에 대한 인사파일 등 인사·검증 관련 데이터베이스까지 합칠 경우 전체 분량은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얘기다.

문건 인수인계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을 놓고 신구 정부 사이의 의견 교환이 불통된 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노무현 전 정부 측은 “ ‘이명박 당선인’ 측에 각종 자료 제공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 청와대 측은 “국가기록원에 제출된 자료 열람을 위해선 국회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설명이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승욱 기자

◇메인 서버=전산망에서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데이터를 저장하며 망을 관리하는 핵심 장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모든 문서를 전산망에서 처리하는 체계인 ‘이지원(e知園)’을 사용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 측이 봉하마을로 유출했다고 청와대가 파악하고 있는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에는 ‘노무현의 청와대’가 생산한 각종 문서에 대한 기록이 모두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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