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퇴임 1년 전부터 TF팀 꾸려 ‘퇴임 후 활용’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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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사저를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출범 때부터 “청와대 인트라넷 망에 남아 있는 전 정부의 기록물이 형편없이 적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청와대가 남긴 자료 중 쓸 만한 게 없다”는 취지의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았었다. 청와대 직원들은 “기껏해야 청와대 내부 전산망 ‘이지원’의 매뉴얼 책자 정도만 남아 있더라”란 얘기를 쏟아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3월 17일께 청와대 내부 망에 남아 있던 문건 중 2007년 5월 작성된 ‘퇴임 후 국가 기록물 활용에 대한 계획’이란 제목의 문건이 우연히 발견됐다. 행정관 한 명이 내부 망에 남아 있는 자료를 뒤지다 ‘첨부파일 속 첨부파일’로 꽁꽁 숨어 있던 이 문건을 발견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건엔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기록물, 재임 전 기록물을 ▶국가기록원 이관 대상 ▶새 정부 인계 대상 ▶퇴임 후 활용 대상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 표가 첨부돼 있었다. “문건에 첨부된 분류표를 보면 재임 전과 재임 중 기록물 전체가 ‘퇴임 후 활용 대상’으로 분류돼 있었고 이관 대상 기록물은 전체의 80%가량 됐으나, 새 정부 인계 대상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계획서’엔 태스크포스(TF)팀의 구성 계획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기록물 관리 업무를 맡은 세 명의 비서관이 주도적 임무를 수행했고 보조적 역할을 맡을 두 명의 비서관과 10여 명의 행정관들로 TF팀을 꾸린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서 문건엔 향후 퇴임 후 활용을 위한 문건 관리의 ‘향후 추진 계획’도 상세히 담겨 있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사 결과 정해진 계획과 일정에 따라 봉하마을로의 기록물 이전 작업이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내부자료 유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 4월 초였다.

청와대는 지난달 5일 오후 9시부터 9일 오전 5시까지 80시간 동안 새 정부 들어 이지원을 개편해 만든 내부 전산망 ‘위민 (爲民)’의 가동을 전격 중단시켰다. 이때 전문가들을 동원해 컴퓨터 방문자 기록 분석(로그 분석)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로그 분석으로 유출된 정확한 자료의 내용은 밝혀 낼 수 없었지만, 대체적인 정보 유출량, 누가 집중적으로 개입했는지는 알아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이 복사물이 아닌 서버의 하드디스크와 자료 원본을 봉하마을로 옮겼다고 확신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라고 한다.

문건 유출을 둘러싼 신구 정권 간 공방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대통령 기록물 회수 의무가 있는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이 유출된 자료의 반환을 촉구하기 위해 봉하마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곧 찾아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 서버의 핵심 부분과 데이터 원본이 유출됐다는 청와대 측 입장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내에선 “누구 얘기가 맞는지 검찰 수사를 해보면 나올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신구 정부 사이의 대립은 진실게임의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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