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우리가족 여권이 없어졌다 SOS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엄마의 여행 가방
선현경 글·그림, 비룡소
32쪽, 9000원, 유아∼초등 저학년

뜨거운 여름, 아이들도 어디론가 놀러 가자고 징징대기 시작할 때다. 하지만 주머니는 얇고 시간은 없다면 이 동화책을 보며 아이를 달래보면 어떨까. 이국적인 멕시코 풍경이 친근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초등학생 은서가 엄마 아빠와 온 멕시코 여행의 막바지 무렵 시작한다. 마지막 밤에 열 파티 계획으로 들떠 있는데 엄마가 가방을 잃어버리는 긴급사태가 벌어진다. 게다가 가방에는 가족 모두의 여권이 들어 있단다. 민박집 주인 카를로스 할아버지와 콘치따 할머니는 곧 찾을 거라 위로하지만 앞일이 깜깜하다.

은서네는 자신들이 거쳤던 멕시코 곳곳을 되짚어간다. 전설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와 칼로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집, 노래를 불러주는 콧수염 아저씨 ‘마리아치’가 있는 식당, 막대 사과를 사 먹고 은서의 앞니가 빠졌던 시장 등이다. 하지만 가방을 찾는 건 요원해 보인다. 엄마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들 가족이 어떻게 위기 상황을 벗어나게 되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자. 하지만 나중에 이들이 카를로스 할아버지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눈과 눈사람을 찍은 사진을 멕시코로 보내주는 걸 보면 해피엔딩임은 확실하다.

만화가인 저자는 역시 만화가인 남편 이우일씨, 초등학생 딸 은서와 자주 여행을 떠난단다. 2004년에도 그리스 여행기를 담은 『이모의 결혼식』이라는 그림책을 내 인기를 끌었다. 가방을 잃어버리는 한심한(?) 엄마와 저자가 교차되는 걸 생각하면 재미가 더해진다.  
백일현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