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비자는 원하는 물건 살 권리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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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정육점 앞까지 찾아가 판매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정육점 주인의 손해와 손님의 불편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광장의 시위와 다른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불법 행위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사람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법적으로 정육점 앞 시위대의 행태는 형법상 신용훼손(제313조)과 업무방해(제314조)에 해당된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금방 걸릴 것처럼 주장하는 시위대는 ‘거짓으로 정육점의 신용을 훼손’하는 셈이다. 피켓을 들고 정육점 앞에 몰려 있거나, 정육점 주인에게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것과 같다. 업무방해죄는 방해의 가능성만 있어도 죄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엄격한 법적 잣대를 설정한 것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질서를 엄격히 보호하기 위해서다. 시장 질서가 그만큼 중요해서다.

당연히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입된 쇠고기는 이제 시장에 맡겨져야 한다. 개별 소비자들이 판단하면 된다. 이미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각자 충분히 판단할 정보를 얻었다. 시위대의 판단만이 옳다는 것은 지적·도덕적 오만이다. 정육점 앞에 줄 선 구매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을 살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이 진정 위험하다고 판단해 외면한다면 미국 쇠고기 수입은 저절로 줄어들 것이다. 그것이 시장 질서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다.

시위대가 진정 국민 건강과 소비자 권리를 생각한다면 할 일은 따로 있다. 시장 질서의 왜곡을 감시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산지와 월령 표기가 정확히 실행되는지를 감시하는 일이다. 미국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하지 않는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어린 쇠고기로 속여 팔지는 않는지. 유통과정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 보다 실질적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그것이 건전하고 미래지향적인, 그래서 진정한 소비자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