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30大기업 총수 만찬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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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만찬을 한 것은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사건 이후 서먹해진 정부와 재계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다.원상복귀 여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이날 행사로 화해의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처음에 다소 딱딱한 분위기로 출발한 만찬은 술과 대화가 계속되면서 점점 부드럽게 풀려나갔다.오후6시에 시작한 만찬은 오후8시5분쯤 끝났다.
▶金대통령=(인사말을 한 뒤)우리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그리고 여러분의 사업에 더 큰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면서 건배합시다(마주앙으로 건배를 한 뒤 박수.金대통령은 다시 李 삼성.
鄭 현대.金 대우그룹회장에게 개별적으로 건배를 제 의했다).
장치혁(張致赫)고합그룹회장은 러시아에서 농사짓는 일이 잘됩니까.노동력 공급은 어떻게 합니까.
▶張회장=올해 1천만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현재 1억평 규모지만 앞으로 3억평까지 늘려나갈 생각입니다.콩.옥수수.
밀을 연간 20만 내지 30만 생산합니다.러시아인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앙아시아의 한국계가 많이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현대와 한라그룹등이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것으로 압니다. ▶金대통령=김승연(金昇淵)한화회장,호텔업은 잘됩니까.
▶金회장=잘되고 있습니다.서울이 국제중심도시로 변하고 있어 호텔업의 전망이 밝습니다.
▶金대통령=구본무(具本茂)LG회장,회사 맡은지 1년쯤 됐는데힘들지 않아요.
▶具회장=어른보다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무척 힘듭니다.전문경영인에게 소신껏 하도록 맡기니 효과가 있습니다.
▶金대통령=현대의 鄭회장은 최근 회장이 됐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鄭회장=사외이사제를 도입해 경영투명성과 국민의 신뢰를확보하고 있습니다.그룹내에서 확대실시할 생각입니다.앞으로 투자도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세계화 추진과 삶의 질 향상,중소기업과의 공존공영을 위해 노력할 생각 입니다.
▶金대통령=삼성의 李회장은 중소기업에 현금결제를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李회장=중소기업은 자금부족과 경영.기술의 노 하우가 부족해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앞으로 용인에 4천평 규모의 연수원을 지어 기술과 경영의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입니다.
▶金대통령=李회장처럼 대기업이 현금결제를 해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쌍두마차처럼 갈 수 있을 겁니다.아직도 국민들이 대기업에 대해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李회장=중소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안됩니다.중소기업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국민과 정부가 함께 도와줘야 합니다.중소기업의 자동화에도 많은 자금이 필요합니다.
▶金대통령=대우의 金회장,폴란드에 많이 투자하다면서요.
▶金회장=이제는 관세장벽도 높아 현지에서 만들어 팔 수밖에 없습니다.동구는 (국영기업의)민영화로 공장값이 쌉니다.
▶金대통령=한라그룹의 정인영(鄭仁永)회장은 몸도 불편하신데 의욕적으로 경영하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鄭회장은 이날 휠체어를 타고 참석).
▶鄭회장=대통령께서 개혁의지를 갖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국내에서 기업을 하다보면 규제와 금리때문에 견디기 힘들어 자꾸 외국에 나가려 합니다.규제가 많은 나라가 부정도 많습니다. ▶金대통령=규제완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그렇다고 무정부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지만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할 겁니다.
이어 金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은 추어탕으로 20분간 식사를 했다.金대통령은 식사후 대기업 총수들에게 5분간 당부의 얘기를한 뒤 최근의 북한동향을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기회가 닿는대로 여러분들과 따로 만날 계획』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2시간여에 걸친 만찬을 끝냈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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