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문화상품화의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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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여러 활동 부문들을 경쟁논리로 엮으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정부는 「세계화」를 국가경영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한국을 21세기 일류국가로 키우겠다고 나서고 있고,교육계는 경쟁력을 높인다며 교육개혁을 추진중이고,기 업들도 이에질세라 초일류 전략을 내세운다.
문화 분야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기는 마찬가지다.문화를 산업화하고 문화 활동에 「기업마인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문화체육부가 제시한 올해 주요 업무 계획에서도 문화를 기업화하려는 취지가 돋보인다.그중 눈에 띄는 것이 폐광 지가 있는 산촌에 스키장.골프장.카지노시설 등을 설치해 문화관광산업의 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언뜻 불안한 마음이 든다.낙후된 폐광촌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뜻인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환경오염등 그 부작용이 적잖을 것으로 우려되 는 것이다.
「문화복지」라는 개념으로 시골에 카지노시설까지 설치하자는 것은 문화정책을 개발정책과 같이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이런 발상은 문화를 상품으로만 간주하기에 나온 것일 게다.세상 만물중에 이윤추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없는 터에 문화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논리다.최근 문화산업이 급격히 발전해 문화가 「잘 팔리는」정세도 이런 논리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의 상품화나 기업화가 곧 문화를 살찌우는 것이라고생각할 수만은 없다.
넓게 보면 문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므로 문화를 창달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올해 국정목표처럼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그러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곧 삶을 상품으로 만들고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기업처럼 하자는 말로 이 어진다면 곤란하다. 상품화나 기업화 정책은 문화를 현실적인 안목으로 보자는타당한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경쟁논리만이 최선인 것처럼 만드는부작용이 적지 않다.이윤을 내기위해 늘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것도 그런 부작용의 하나다.아등바등 살자고 문화창달 을 주장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오히려 좀더 여유롭고 한갓진 삶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문화정책은 문화를 무한경쟁의 한바다로 내몰기만 해서는 안된다.
강내희 중앙대교수.문학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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