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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공천심사는 要式절차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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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야가 27일을 계기로 「공식적인」 공천작업에 착수했다.신한국당(가칭)은 27일부터 공천신청 접수를 받아 30일 마감한다.국민회의도 2월중순까지 사실상의 공천인 조직책 선정을 마무리짓고 공식으로 공천 심사위를 구성할 계획이다.
여야의 공천작업은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절차가완전히 거꾸로다.물론 전혀 민주적이지 못하다.총선후보를 비공개로 이미 다 내정해 놓고 심사위원들이 도장찍어주는 꼴이다.강삼재(姜三載)총장이 밝힌 심사기간은 단 이틀.1월 31일과 2월1일이다.이틀동안 전국 2백53개 선거구를 모두 심사하는 대단히「효율적인」진행이다.
신한국당 안에는 이를「밀실공천」 「형식적 심사」로 비판하는 여론이 상당하다.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지구당원들의 피켓에는 꼭 밀실공천을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姜총장은 이런 지적을 반박했다.『왜 다 정해놓고 심사하느냐고하는데 그렇지 않다.이제부터 심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당직자는 솔직하게 『공천심사를 거쳤다고 해야 뒷말이 없고떨어지는 사람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한마디로 요식절차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14대 대선때 김영삼(金泳三)후보는「정당운영의 민주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김대중(金大中)후보도 마찬가지였다.그러나 14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부분의 진전은 없다.
오히려 후퇴했다.신한국당은 청와대와 姜총장이,국민회의도 金총재의 분신인 권노갑(權魯甲)의원이 도맡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이런 사정은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도 다르지 않다. 공당인 정당대표가 마치 개인회사의 오너회장처럼 전권을 마음대로 휘두른다.
이래서 보스정당.개인정당.전근대적인 정당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金대통령은 취임후 정치자금법.통합선거법등 정치관계법을 고쳐 정치발전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고쳤다.이제 남은 것은소프트웨어다.누구를 공천(公薦)하기 위해서는 절 차도 공적(公的)이어야 할 뿐 아니라 민주적이어야 한다.
「소수.막후.실세」의 뜻대로 결정해 놓은 후보들을 유권자들은찍을 수밖에 없어서야 어찌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겠는가.
김현종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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