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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건물 32억에 낙찰받은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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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례1. 법무사 이모(51)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남양주 시내 7층짜리 주상복합 상가 건물을 낙찰받기 위해 ‘작전’에 들어갔다. 경매를 네 번이나 유찰시키면서 낙찰가가 40억원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올 3월 다섯 번째 경매 때 권모(40)씨가 43억원에 낙찰받아 이씨의 작전은 실패로 끝날 처지에 놓였다. 권씨는 경락 보증금으로 4억원을 납부한 뒤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25억원을 대출받을 계획이었다.

이에 이씨는 가짜 차용증서를 만들고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권씨가 경락 대금을 완납하기 전에 ‘부동산에 대해 다툼이 있다’는 ‘예고등기’를 등기부상에 표시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로 인해 권씨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낙찰을 포기했다. 이씨는 이 건물에 대한 재경매를 한 차례 더 유찰시킨 뒤 7회 경매에서 32억원에 낙찰받았다.

이씨는 부동산 경매에서 예고등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신종 경매 브로커 조직 중 한 명이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류혁상)는 1일 이 같은 수법으로 1000억원대의 경매 낙찰가를 조작한 혐의(경매 방해 및 사기미수)로 이씨와 일당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배모(44)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례2. 이씨 등은 지난해 4월 양모씨로부터 “남양주시에 갖고 있는 마트가 경매에 넘어가게 됐는데, 다른 사람 이름으로 싼값에 낙찰받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씨는 위조된 차용증서를 이용해 허위로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 소송을 제기, 경매를 잇따라 유찰시켰다. 한 차례 유찰에 20%씩 경매 최저가가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 세 차례 유찰시킨 뒤 절반 가격에 사들였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06년 초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전국에서 60여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관련 소송을 위해 약속어음과 차용증서 등을 조작하고, ‘작전’을 의뢰받은 부동산의 감정가에 5%씩 200만∼1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수사 담당 유혁 검사는 “유사한 방법으로 경매 방해 범행을 저질러 싼값에 부동산을 낙찰받아 온 전국 규모 경매 브로커 조직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파악돼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예고등기=경매 물건에 대해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 소송 또는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 소송 등이 법원에 제기되면, 이를 제3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예고등기’란 글귀가 등기에 기재된다. ‘예고등기’가 기재된 경매 물건의 경우 경락을 받더라도 법적 분쟁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한해 낙찰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낙찰이 되더라도 경락 대금 미납을 이유로 재경매가 실시되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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