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박찬종 뿌리 내릴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회창(李會昌)전총리는 이제 정치인이다.박찬종(朴燦鍾)전의원도 신상 변화가 크다.「책임있는」 여당인사가 됐다.이들이 정치권에서 자신들이 품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세력싸움」으로 정의되는 정치 세계에서 당연히 자기 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당내 지지세력 없이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당에서 대권주자반열에 오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남다른 대중적 인기를 갖고있지만 이는 당인(黨人)으로서의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미 당내에 자리잡고 있는 김윤환(金潤煥).최형우(崔炯佑).이한동(李漢東)의원등 중진 트로이카에 비하면 李.朴 두사람의세(勢)는 현저히 떨어진다.金대표의 경우 직계 원내의원 27명과 원외 위원장 30여명등 60명 가까운 위원장을 확보하고 있다.이한동의원도 경기도를 근간으로 40명에 가까운 위원장들을 거느리고 있다.민주계인 崔의원은 여차하면 범 민주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세규합의 원천인 집금(集金)능력도 당내파 중진들이 훨씬 앞서고 있다.
이러한 세는 대권 국면에서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신한국당(가칭)은 차기 대통령후보로 나서려면 전국 10개 시.도이상에서 각각 대의원 50명이상의 서명을 받도록 당헌에 규정해놓고 있다.여차하면 칼도 빼지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두사람의 남다른 대중적 인기는 정치인으로서 확실한 자산이다.그러나 총선국면과 그 이후의 세력재편과정에서 이를 세와 연결시키지 않고는 대권은 어려워 보인다.두 사람도 이런 점을 알고 조기 입당한 것같다.전격 입당의 배경에는 일 단 총선전에들어가 일정 부분 기여해야만 차기에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두 사람은 따라서 이번 총선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미 입당 발표와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있다고 한다.李전총리는 고향(충남예산)인 충청권에서도 요청이 오고 있다고 한다.朴전의원은 대구.부산에서도 요 청이 있다.
두사람은 지원유세에 적극 나서서 「손때」를 묻혀놓고 그 뒤 당선자들과 연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일면 자신의 측근 인사를 공천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朴전의원의 경우 홍준표(洪準杓)변호사의 영입을 거의 성사시킨데 이어 곽영훈(郭英薰)환경그룹회장도 잡아당기고 있다.
李전총리도 감사원장 때부터 함께 한 황영하(黃榮夏)전총무처장관을 파주에 밀고 있으며 4월회회장인 안동일(安東壹)변호사와 진영(陳永)변호사등 후배 법조인들의 입당을 추진중이다.
김현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