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 꽃핀 한국仁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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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무래도 2년쯤 더 일하고 돌아가야겠습니다.』 외무부산하 개도국 지원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의사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의 통기 타나(우리의 읍에 해당)50 병원내과에서 봉사하고 있는 내과의 이용만(李容萬.53)박사는 진료실 밖까지 길게 늘어선 환자행렬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조선대의대와 고려대대학원을 나와 서울에서 개업의로 여유있게 살던 그가 KOICA 파견의사로 인술을 펴게된 것은 순전히 신(神)과의 약속 때문.
『의사가 되면 기독교인으로서 봉사하는 기회를 반드시 갖겠다고서원(誓願)했던 대학시절의 각오가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93년 12월,2년 임기로 부인 박영례(朴英禮.46)씨.아들 광재(光載.15)군과 함께 방글라데시에 왔다.장성한 딸 셋은 남겨둔 채.
『이곳의 의사 처우가 너무 나쁩니다.그래서 대부분 사적(私的)으로 개설한 클리닉운영에 신경쓰니 가뜩이나 어려운 병원사정은더 나빠질 수밖에요.』 표현은 완곡했지만 이곳 병원의 부패상을엿볼 수 있는 대목.94년에는 병원의사 12명중 8명이 근무태만 또는 비리로 정직(停職)당했을 정도다.현지의사들 대부분이 진료에 소홀하고 처방도 제대로 해주지않으니 자연 李박사에게 환자가 몰 리게 마련.그가 하루에 보는 환자는 60여명선.이 병원 전체 진료환자수의 3분의1에 해당된다.
『성심성의껏 하려고 애쓰고 아쉬운대로 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약제를 지어주기도 하니까 환자들이 자꾸 몰려오는군요.』 그가 관심있게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은 의료취약지역 방문진료.한달에 한번씩 의약품을 차에 싣고 의료보조원과 함께 다카등의빈민촌에서 무료진료 활동을 펴고 있다.
뿐인가.그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 이미 8백여명에 이른 재(在)방글라데시 한인들의 공동주치의도 겸하고 있다.주 방글라데시 대사관의 김규현(金奎顯)참사관은 李박사의 임기연장 소식을 듣고누구보다 더 기뻐했다.
다카(방글라데시)=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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