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단 한번 접하면 깊은 마의 수렁에 빠진다. 마약에는 인간의 뇌를 변화시키는 폭발적인 중독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알코올· 도박·인터넷·쇼핑 중독에 심지어 운동까지 다양하다. 26일은 ‘세계 마약퇴치의 날’이다. 올해 슬로건은 ‘마약, 어디에도 안 됩니다(No Place, No Drug)’. 이를 계기로 중독의 실체와 탈출법을 알아본다.
◇중독은 뇌 변화가 초래한 뇌질환= 중독이란 뇌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일어난 상태다. 따라서 중독자에게 아무리 “ 마음 독하게 먹고 끊어라”고 강요하고, 호소해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일단 뇌가 쾌락을 가져다 주는 물질을 인식하면 도파민이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이를 기억하고, 다시 쾌락을 원하는 ‘보상 중추’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만족의 순간이 사라지면 뇌는 자연스레 동일한 쾌락에 빠지고 싶은 갈망을 느끼는 것이다.
마약중독자 대부분은 ‘그저 한두 번만 즐겨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심지어 마약을 살 빼는 약으로 속아 복용하다 마약사범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중독의 치명성은 내성과 금단 증상이다.
내성은 동일한 쾌락에 도달하기 위해 점차 강한 자극, 즉 더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한다.
금단 증상은 갈망하는 중독 대상을 끊으면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어 결국 중독 물질을 다시 찾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이런 현상은 마약이나 술뿐 아니라 행동 중독에도 나타난다.
카드 빚에 몰리고 신용불량자가 돼도 끊임없이 물건을 사 대는 쇼핑 중독,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지만 관절이 상하고 부상을 입어도 계속 몰두하는 운동중독증도 마찬가지다.
운동은 격렬할수록 뇌에서 통증감소 호르몬(내인성 모르핀인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이 고통을 잊고 유쾌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중독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중독성도 체질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한다. 보통 사람은 어떤 이유로 중독성 물질을 접하다가 중독자가 되지만 중독에 취약한 체질을 타고난 사람은 단 한 번의 음주, 마약을 통해서도 중독자로 전락한다.
일단 치료 효과를 봤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다. 따라서 문제의 물질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쾌락을 얻을 수 있는 대체 행동, 즉 취미생활·봉사활동 등을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찾아 지속적으로 실천하도록 한다.
또 고통을 함께 나누고 도움을 받기 위해선 알코올중독자 가족모임 등 단체의 도움이나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교수, 서울대병원 정신과 강웅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