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건물이 가장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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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모트는 "서울 거리를 좀더 개성적으로, 동네마다 특색있게 업그레이드하세요"라고 주문했다. 아래 사진은 그가 설계한 서울 인사동의 인사아트센터.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국내 건축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이 프랑스의 토털 디자이너 장 미셸 빌모트. 그는 소나무와 물폭포로 유명한 인천국제공항 실내 조경, 서울 평창동의 가나아트센터,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등 10여개가 넘는 건축작품을 이미 한국에 선보였다. 자신이 설계한 서울 압구정동 '디 아모레 갤러리'의 준공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빌모트를 지난 7일 만났다.

빌모트가 서울에서 가장 반한 곳은 창덕궁. 그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에게 '서울에 가면 꼭 창덕궁을 둘러보라'고 당부한다"면서 "한국의 건축학도들도 한국적 미를 잊지 않으려면 일년에 적어도 두번은 의무적으로 창덕궁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나는 한국적 특성을 소나무.화강암.물에서 발견했다"며 "인사아트센터의 검은 돌 외벽이나 가나아트센터.인천국제공항 출입국장의 목재바닥 등이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는 도시예요. 특히 월드컵을 치른 뒤 한강 다리의 야간조명 등 경관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아직 개성이 부족해 보여요."

빌모트는 "광화문과 종로.압구정동.평창동 등 각 동네가 가진 특성을 부각시켜 개성화하고, 가로등에서 쓰레기통까지 거리의 모든 시설물을 잘 정비해 경관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본 압구정동은 '생동감이 넘치지만 지나치게 과시적인 분위기'였다. 이 때문에 '디 아모레 갤러리'를 설계할 때는 거리 분위기와 대비되는 차분하고 단아한 건물 형태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화장품 전시가 주 용도인 이 건물은 지하 2층.지상 3층에 약 300평에 불과하다. 흰 돌과 연한 진주빛 색상의 알루미늄 금속 외벽, 건물 내의 작은 대나무 숲, 두개의 단순한 직육면체가 겹쳐진 실루엣 등을 통해 미니멀한 디자인 특성이 강조됐다.

빌모트는 "미니멀한 아름다움은 한국적 아름다움과도 통한다"고 주장했다. 가구에서 도시설계까지 토털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는 스스로를 '컨템퍼러리 미니멀리스트'라고 자리매김한다. 줄기차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유를 묻자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게 나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빌모트는 엘리제궁의 대통령방, 레바논 베이루트의 쌍둥이 빌딩 등을 설계했으며, 현재 카타르의 이슬람아트박물관, 파리 재개발 사업 중 프랑스 애비뉴 가로변의 건물 설계와 이미지 디자인을 맡고 있다. 대지활용.조경.조명.공공조형물.건물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모든 요소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건축가.인테리어 디자이너 70여명의 세계 각지에서 들어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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