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우성건설 부도-부도처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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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성건설이 갑자기 쓰러진 배경이 무엇일까.』 비록 작년부터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는 했지만 그래도 은행들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버텨 오던 우성의 부도를 놓고 그 배경에 세인의 관심이쏠리고 있다.
금융계.업계 등에서는 18일 막판까지만 해도 『그래도 괜찮은배경을 가지고 있는 우성이 설마 부도처리될 리야 있겠느냐』며 낙관했었다.또 총선을 눈앞에 두고 엄청난 파문이 예상되는 우성의 부도를 정부.정치권이 방치할 리 있겠느냐는 지적도 강했으나결과는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결론부터 말해 이번 우성사태는 과거와 달리 정부-은행간에 치밀한 사전조율이 없었으며 「순전히」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주도아래 진행됐다.
『정부는 더 이상 부실기업 정리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며 은행빚을 많이 쓰는 기업이 큰소리 치는 시대는 지났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이 상황 변화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제일은행측이 『우성에 더 이상 돈을 대 줄 수 없다』는 결단 을 내린 것은지난주.주요경영진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어 장시간의 논란 끝에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임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경제비서실 등에 이런 불가피성을 알렸다.물론 이 부분도 「사전조율」로 볼 수 있겠지만 내용적으로 전처럼 「지시」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통보에 가까웠다는 것.
한 은행관계자는 『한없이 물려 들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었고,정부 등에서도 별 반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다른 은행 관계자도 『우성은 사상처음으로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무너진 그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 이런 결정을 내 린 제일은행은 동서증권이 17일 어음(1백69억5천만원)을 돌리자 더 이상 막아 주지 않겠다고 통고한 것.우성관계자는 1차부도 이후인18일 30억원을 들고 동서증권에 가서 협상을 벌였는데,도중에최고 경영진으로부터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고 상황이 끝났음을알았다는 것.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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