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가 오픈한 레스토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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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 13면

두에꼬제, 비스트로 디

밀라노의 유명한 식당 ‘레 뜨레 깜빠네’(세 개의 종)를 잊지 못한 이형호씨는 2002년 같은 이름으로 문을 열어 성공을 거둔 후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단어 ‘두에꼬제(술과 음식)’로 상호를 바꿨다. 이어서 위니아에서 열었던 레스토랑 ‘비스트로 디’를 1년 반 전에 인수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자기 돈으로 자기 음악회 표를 사서 활동하잖아요. 개런티 받고 연주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음악회에 온 사람들은 표 주고 밥 줘도 만석이 안 되죠. 레스토랑에 온 사람들은 자기 돈 내고 밥 먹었으면서도 ‘잘 먹었다’는 말을 하며 가요. 거참 신기하대요.”

그는 ‘살고 싶었던 인생’인 성악가의 길 대신 ‘살아야 하는 인생’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오너 셰프로 웬만한 요리사도 그 앞에선 꼼짝 못한다. “음식 좋아하는 성악가들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살라미를 통째로 하나 사면 피자가 몇 개 나오는지 다 알아야 하는데 그들은 그걸 간과한 거죠.” 그는 지금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해 성악과 학생들을 가르친다. “젊은 아이들과 마주하며 트렌드를 익힙니다. 노래도 여전히 행복하고요.” 문의 02-795-1405.

라 칼라스

정명훈ㆍ백건우ㆍ신수정ㆍ김남윤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음악가는 물론 성악가 레오누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수많은 음악가가 다녀간 레스토랑이다.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극장 앞 레스토랑에서 가장 행복해했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베로나의 아레나 극장 앞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칼라스의 파티 장소였다는 데 힌트를 얻어 예술의전당 근처에 문을 연 것.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 공연 기획자와 여행사 대표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안보현씨가 주인이다. “아르헤리치는 밀가루를 빼고 생선 위주로, 정명훈은 매콤하게 요리해 천천히 서브한다”는 것도 ‘라 칼라스’가 음악인의 사랑방으로서 얻을 수 있었던 노하우다. 50석 정도로 작은 편이다. 문의 02-521-0588.

소프라

‘대학교 안에 위치한 저가의 레스토랑’을 모토로 지난 5월에 문을 열었다. 건국대 새천년기념관 꼭대기 층에 위치했다. 메뉴는 4500원부터 시작하고 학생은 할인해 준다. 부사장 및 총감독을 맡고 있는 테너 유승범씨는 같은 건물 지하에 들어선 콘서트홀과의 연계를 노렸다.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마친 음악가들이 허기를 달랠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도 크고 작은 음악회에 출연하고 있는 현역 테너.

“‘페페론치노’라는 이탈리아 고추는 한국에서 못 구해요. 그런데 이게 꼭 필요하거든요.”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6년 동안 생활하면서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추지 않고 이탈리아 것 그대로 가지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페페론치노’처럼 수입되지 않는 재료는 직접 공수한다. 몇몇 향신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물’은 빼고 최대한 이탈리아식으로 퍽퍽하게 요리하는 게 저희 집 파스타의 특징이죠.”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현지의 맛이다. 문의 02-455-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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