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후보·의원·전문가의 북핵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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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제재 일부 해제를 바라보는 미국 의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다수당인 민주당 측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환영하는 반면 집권당인 공화당에선 "행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11월 대선에서 격돌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민주)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은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오바마는 26일 성명을 통해 "핵 신고는 하나의 진전"이라면서도 "중요한 의문들은 아직 풀리지 않은 만큼 의회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이 삭제되기 전인 45일 동안 신고와 검증의 타당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케인도 "대북 제재 해제 여부는 북한의 합의 이행과정 전반을 살펴보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한국과 일본 측의 우려가 제대로 다뤄졌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의 핵 신고는 고무적"이라며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이 정식 해제되기 전인 45일 동안 검증 활동을 한다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은 "핵 신고는 북한 핵무기와 관련 시설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상·하원 외교위원장이 북한 핵 신고를 긍정평가함에 따라 미 의회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방침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공화당 일각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측 간사인 일리아나 로스 레티넨 의원은 "북한이 지난해까지 테러지원국인 시리아의 핵개발을 도왔을 뿐 아니라 핵을 전면 폐기할 것인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건 잘못된 보상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런 보상은 일본 같은 맹방을 잃을 위험을 초래하며, 시리아와 이란에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케인의 한반도 정책팀 일원인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단계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하나 핵무기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 시리아와의 핵 협력 문제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너무 편안함을 느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핵 신고서에 대한) 신뢰할만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 과장은 "북한 관리들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엔 이미 만든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혀 왔으며, HEU와 시리아 문제도 언제 해결할지 불투명하다"며 "부시 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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