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인기 … e-book 시대 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현재 출시된 e-book은 종전의 종이책보다 얇고 가벼우며 화면은 종이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아마존에서 출시한 킨들(Kindle)이 호응을 얻으면서 ‘e-book’이 다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앞으로 e-book 단말기로 책읽는 ‘디지털 독자’(digital readers)의 시대가 될 것이다. “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서 쓴 칼럼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크루그먼은 “지난 10여 년간 ‘e-book’은 예고편만 무성했을 뿐 실체가 없었다”며 “드디어 e-book이 종이책을 대신해 널리 쓰일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된 근거는 세계적인 인터넷서점 아마존(www.amazon.com)에서 지난해 11월에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 덕분이다. 킨들 사용자가 늘고 호응이 늘면서 ‘본격적인 e-book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무성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초 “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책 박람회에서 e-book이 단연 화제였다”고 보도했다.

◇”종이책 느낌”으로 승부=소니 리더 등 기존의 단말기가 유선으로 접속해 텍스트를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 반면 킨들은 무선으로 접속(미국 거주자에 한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책을 주문하자마자 바로 손 안에 넣을 수 있고, 또 한 기기 안에 약 200권 분량의 텍스트를 저장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개인 서재를 통째로 휴대하고 다니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최근 몇 달간 킨들을 직접 써봤다”는 크루그먼은 킨들이 가볍고(292g) 시각적으로 편해 종이책을 보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라이트를 쓰는 LCD와 달리 전자종이(e-paper)를 써 아날로그의 느낌을 충분히 살린 화면 때문이다. 전자종이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작은 캡슐에 검은색과 흰색 입자가 들어있어, 전기신호를 가하면 양극에는 흰색 입자가 음극에는 검은색 입자가 달라붙으면서 색을 나타낸다. 킨들은 읽는 사람이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영어사전·위키피디아 등 사전 검색이 가능하다. 종이책을 읽으며 인상깊은 구절을 줄치거나 접어두었던 것처럼 특정 부분을 저장할 수도 있다. 기기 가격은 359달러.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e-book 콘텐트는 약 13만종 정도로, 한 권에 약 9.99 달러다. 이밖에 킨들을 이용, NYT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과 ‘포브스와 ‘타임’등 잡지를 볼 수 있다.

◇“시기상조”주장도=NYT에 따르면 올들어 e-book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세계적인 출판그룹 사이먼앤슈스터 측은 올해 e-book 판매량이 지난해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펭귄 그룹 USA도 올해 상반기 4개월간의 판매량이 지난해 한 해 판매량을 뛰어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e-book이 종전의 책 가격을 무너뜨리고 결국 출판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음악의 경우 디지털 콘텐트(mp3)가 유통되면서 음반업계가 대폭 축소된 것이 좋은 예다. 서점들도 e-book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크루그먼은 전자책이 시장을 잠식하면 “종이책이 작가의 책 낭송회 같은 부가 활동을 위한 홍보용 자료로 전락할 수 있다”고, 다소 급진적인 전망을 내놨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부지런히 고민해야 한다는 경고다.

한편 국내에도 킨들처럼 전자종이를 쓰는 e-book 단말기 ‘누트’(NUTT) 가 출시돼 있다. 그러나 국내 출판계에서는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기기의 기능이나 가격(20~40만원 대)도 아직은 독자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판사들이 e-book 시장에 대해서 아직 확신이 없는 만큼 콘텐트를 e-book으로 출간하는 데도 매우 소극적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전자책 시장이 형성되려면 내 돈 주고 단말기를 구입해서라도 책을 읽겠다는 독자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절대 독서인구가 크지 않은 국내에서 e-book시대는 아직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 [J-HOT] 지구에 전염병이… 사자·꿀벌 떼죽음 왜

▶ [J-HOT] 다이아몬든 8601개 '백금 두개골' 만든 괴짜의 예술관

▶ [J-HOT] "패티김 세종문화회관에 서면 옷 벗겠다고…"

▶ [J-HOT] 인간 난자 탄생 순간! '찰칵'

▶ [J-HOT] '뇌 튼튼·빈혈 예방' 초여름 별미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