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총수들,뇌물罪 피하기 총력전-盧씨 2차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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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5일 열린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2차공판은 盧씨가 반대신문을 포기해 다소 맥빠진 분위기에서 시작됐으나 대기업총수들과 변호인들이 뇌물죄 적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방어논리를 전개해 시간이 흐를수록 뜨거운 열기.
특히 대기업총수들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검찰조사때의 진술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검찰이 보충신문을 신청하는등 치열한 공방을전개. …盧씨는 지난해 12월18일 1차공판때의 사제 흰색 한복 대신 구치소에서 지급한 청회색 수의(囚衣)차림으로 상의는 점퍼.다소 여윈 모습의 盧씨는 일부 기업인들로부터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오자 앞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발 언하려다 金부장판사로부터 『노태우씨는 가만히 있으시오』라는 제지를 당했다. 金부장판사는 기업인들에 대한 검찰의 보충신문이 끝날 즈음 盧씨에게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발언 기회를 부여했고 盧씨는 『모든 공사는 대통령이 결정하는게 아니라 발주처가 각자알아서 하는 일이며 이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간 략하게언급. 盧씨는 재판이 끝난 후 퇴정하기에 앞서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등 앞자리에 앉은 피고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했고 뒷자리 피고인들과도 목례를 교환.
…이건희 삼성회장의 변호인 이보환(李輔煥)변호사는 반대신문에서 「이권확보를 위한 뇌물제공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남이 공들여 만든 기업이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곤경에 처해 있을 경우 이를 인수해서는 안된다」「술.담배와 같이 인류 의 건강을 해치는 사업이나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등의 李회장가(家) 가훈(家訓)을 소개해 눈길.
李회장은 신문과정에서 차세대전투기 도입사업과 관련,『삼성항공은 6공당시 F-18기 생산을 전제로 설비투자를 한 상태여서 F-16으로 기종이 변경되는데 극력반대했다』며 『결과적으로 1,500억원정도의 손해를 보았다』고 설명.
…기업인들은 대부분 이날 검찰조사때의 진술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 검찰이 보충신문에서 신경질적으로 신문하는등 치열한 공방을전개.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은 『당시 폴란드에서 20여시간의 비행끝에 돌아와 30여시간 검찰조사를 받아 정신적.육체적 피로속에 그렇게 대답한 것』이라고 강변.
정태수(鄭泰守)한보총회장은 盧씨에게 준 100억원과 관련,검찰이 『수서(水西)때 일종의 베팅을 한 것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나는 베팅이란 영어도 모른다』고 부인. 김진태(金鎭太)검사는 장진호(張震浩)진로그룹회장에게 『재벌총수들은 같은 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들이냐』고 신랄하게 질책하다 재판부로부터 공판기록 삭제를 당했고 홍만표(洪滿杓)검사는 최원석(崔元碩)동아그룹회장에게 『새빨간 거짓말쟁이 로 돌변한데 대해 안타깝다』고 힐난.
김진원.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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