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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大入논술 문제점과 대책-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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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 대입에서 본고사 실시 28개 대학중 논술시험을 치르는 대학은 18곳(18일 실시할 4개대 포함)으로 본고사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이화여대)에서 100%(경북.광운.
동국.인하대)까지다.
보통 1~3개의 문항을 낸 출제 형태는▶요약형▶자료제시형▶자료해석형▶예문없는 주제관련 서술형 등으로 다양했으나 대체로 자료제시형과 자료해석형이 주종을 이뤘다.
◇논술문제 분석=서울대의 『스포츠의 어떤 성향이 집단구획의식의 독소를 중화시키고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채워주는가』와 『인간의 가치관념과 행위성향이 형성되는 과정』은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사회 철학적 내용을 다룬데다가 사용된 어휘조차 극히 현학적(衒學的)이어서 무엇에 관해 묻는지,어떻게 써야할 지 감(感)을 잡을 수 없었다는수험생들이 많았다.
문제의 쟁점은 「선악 이분법에 기초한 집단의식의 극복이 가능한가」였는데 이를 「집단의식이 과연 정당한가」로 오해할 여지가적지 않았다.
고려대의『예술적 감성과 사회적 환경과의 관계』도 논제가 너무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고교과정에서 철학을 깊이 있게 가르치는프랑스의 대학시험과 유사한 느낌을 주었다.
연세대의 『혼돈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문제 자체가 오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지문의 앞부분에서 「혼돈」과 「질서」를 대립된 개념으로 설정해 설명해 나가다가 뒷부분에서는 「혼돈에도 내재된 나름의 질서가 있다」고 선회함으 로써 논리상의 잘못을 범했다는 것이다.
서강대의 『삼국유사의 한 설화가 의미하는 바람직한 삶의 태도』는 설화 전체를 다 읽어보지 않은 수험생의 경우 제시된 지문만 가지고는 도대체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내용이었다.
이화여대의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서 인용된 천도(天道)에 대한 견해』는 기존 문제들을 피하는데 집착하다 빚어진「지나치게 기발한 출제」라고 할 수 있다.
한양대의 『착시현상과 본질문제』나 중앙대의 『바람직한 대학교육의 방향』『의약품의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은 방안 모색이나 대책 제시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찬반논리라든가 논변이 끼어들 틈이 없어 논술문제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문제점=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체로 평이하게 출제했던 각 대학이 이처럼 문제들을 「쥐어 틀은」것은 논술시험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다른 대학보다 더 기발한 문제를 내겠다는경쟁심리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논술시험은 대학의 자의적 출제에 앞서 「객관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논변을 전개하는 능력을 측정」한다는 원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수험생들의 체계적인 대비가 곤란한 것은 물론 채점과정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받고,수험생간 점수편차가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히 대두될 수밖에 없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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