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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논술고사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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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지선다형 암기식 교육에서 탈피,광범한 독서와 사고력.비판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것이 논술고사다.그러나 시행과정에서 난해한 출제와 채점의 공신력등이 문제되면서 논술고사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다.논술고사 를 왜 도입했고,어떻게 출제해야 할지 이 기회에 분명히 짚어 제자리에 정착시키는 노력을 할 때다.
먼저 「논술」에 대한 명확한 개념규정을 하는게 가장 시급한 일이다.출제를 하는 대학에서도 작문이라고 보는 국문과교수와 철학으로 보는 철학과교수들간에 분쟁이 일고 있다.이러니 입시지도를 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로선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출지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논술고사란 철학과 입시문제도 국문과 작문시험도 아니다.중등교육을 정상적으로 끝낸 학생의 지식과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테스트하는 과정이다.그러나 올해 논술고사의 출제경향을 보면 「혼돈을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서술하시오」 라든지,「착시현상을 현상과 본질의 관계로 설명하고 현실사회의 문제와 관련지어 논하라」는 등 제목 자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게 교사들의 불만이다.교사가 이렇다면 학생은 어떻게 되는가.또 이런 문제를 채점할 교수들은 어떤 기준,어 떤 관점에서 채점할 것인가. 출제 자체가 이런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논술고사에 대한기본적 개념규정이 없기 때문이다.대학입시문제란 고교교육의 수준을 기준으로 해서 출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고교 교과서를 총괄한 지식수준을 한단계 뛰어넘는 범위안에서의 지식을 토대로 사고력과 비판력을 측정하는 것이 논술고사라는 개념에 우선 합의해야 한다.이런 합의가 대학과 고교에서 이뤄진다면 출제의 방향과 채점기준도 상식적인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
대학간 경쟁을 생각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만 집착하다 보니 문제자체가 이상하게 꼬이고 현학적이 돼버린다.논술고사란 출제자체에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고교생 수준의 통합적 지식을 토대로 어떤 논리전개방식을 하는지,문장은 제대로 됐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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