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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C는 PD수첩 징계하고 사과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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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PD수첩의 왜곡·과장 보도는 국민을 비이성적인 광우병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 주범이다. 4월 29일 방영한 ‘긴급 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시청한 국민은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인간광우병에 걸려서 비참하게 사망할 위험을 받아들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PD수첩의 왜곡·과장 보도는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animal cruelty(동물을 학대하는)”라고 말한 것을 “광우병 의심 소를 일으켜 세우는”이라고 옮긴 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 사회를 맡은 PD는 아예 “광우병 소 도축 영상이 충격적”이라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숨진 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보도자료 제목부터 ‘포츠머스 여성 질병 조사’인데 ‘vCJD(인간광우병) 사망자 조사’라고 보도했다. 사망 원인은 인간광우병이 아닌 CJD인 것으로 결국 확인됐다.

그러나 PD수첩은 24일자 보도에서 “또박또박 번역하지 않거나 의역을 해서 오해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우리가 인간광우병이라고 단정지은 적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게다가 “해명할 가치가 없는데 해명하자니 고통스럽다. 거짓 비난을 그럴듯하게 유포시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해당 프로그램의 영어번역가는 “번역자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 항의했다. 그는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라고 번역 감수 중에 여러 번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번역상 실수가 아니라 제작 의도를 한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은 명백하다. PD수첩은 의도적인 왜곡과 과장으로 광우병 위험을 부풀려 국민을 공황에 빠뜨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반성도, 정정도 없다. 그렇다면 MBC가 회사 차원에서 제작진을 징계하고 국민 앞에 사과방송을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스스로 공영방송이라고 한다면 이는 최소한의 양심과 명분을 지킬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