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2차공판-기업서 받은돈 뇌물여부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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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의(囚衣)차림의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이 15일 오전10시 두번째로 법정에 선다.지난해 12월18일 있은 첫 공판후 약 한달만에 서울지법 417호 법정에서 盧씨 부정축재사건에 대한 2차공판이 열리는 것이다.
2차공판에선 盧씨와 이건희(李健熙)삼성.김우중(金宇中)대우.
최원석(崔元碩)동아그룹회장등 기업인들에 대한 변호인측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盧씨와 기업인들이 주고 받은 돈의 성격을놓고 뜨거운 법리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盧씨의 변호인인 한영석(韓永錫).김유후(金有厚)변호사는 특혜나 이권을 주고 받은 뇌물이라기 보다는 종전의 관행에 따른 성금 또는 정치자금이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盧씨와 기업인들이 1차공판에서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은 시인한 만큼 자금 수수의 시기와 장소및 당시 분위기등 정황에 관한사항을 집중 부각시켜 뇌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검찰 논리를 반박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2차공판에선 1차공판때와는 달리 盧씨와 기업인들로부터 6공의 정치 이면사에 관한 새로운 사실과 주장들이 쏟아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다.
또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여론을 의식한 盧씨가 퇴임당시남겼다는 1,800억원의 사용계획등과 관련,나름대로의 입장을 밝히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1차공판때 돈을 주고 받은 사실에 대해 피고인들의 시인을 받아낸 검찰은 변호인들의 반격에 대비,기업체들이 6공때 따낸 각종 대형사업과 이들 돈과의 관련성에 대한 보강자료를 준비해 놓고 있다.
검찰은 또 변호인 반대신문 결과에 따라 한차례 기일을 신청,보충신문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재판부는 가급적 오전중 盧씨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을 끝낸뒤 오후 공판에서 기업인등 나머지 피고인들의 반대신문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전 재판을 마친 盧씨와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등 구속 피고인들은 법원청사 지하구치감에서 구치소측이 준비한 점심을 든뒤오후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재판장인 김영일(金榮一)부장판사는 재판진행과 관련,『신문내용이 지나치게 공소사실에서 벗어나 재판진행을 현저하게 방해하지 않는 한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법원은 1차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2차 공판에서도 일반방청권 80 장을 마련,재판당일 오전9시 법원정문에서 선착순으로 배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차공판때와는 달리 법정내는 물론 盧씨등 구속피고인들이 호송차에서 내리는 모습도 촬영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보도진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수의 차림의 盧씨 모습은 공개되지 않을 공산이 높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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