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변 로얄예식장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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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간 울산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해온 태화강변 로얄예식장이 7월부터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경상일보 제공]

“나 거기서 결혼했는데….” “나도…” “나도….”

수 천 명의 30~40대 울산시민들이 새삼 웨딩마치 추억에 빠져들고 있다. 21년간 청춘 남녀들에게 결혼이란 도장을 찍어주던 로얄예식장이 7월 철거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2011년 태화루가 새로운 울산의 랜드마크로 모습을 드러낸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루 복원사업을 위해 지난 4월 로얄예식장 측과 부지보상 협의를 마쳤고, 건물주가 이달 말까지 쓸만한 물건들을 모두 들어내고 내부를 정리하면 7월부터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된다. 철거작업에 45일 정도가 걸릴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8월 말이면 로얄예식장은 그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얄예식장은 1987년 당시 예식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위용을 자랑하며 등장,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320㎡(1004평) 부지에 연면적 4720㎡(1428평)의 지상 6층 지하 2층 건물에 7개의 예식실을 갖췄다. 태화강 푸른물결이 굽이치는 용금소를 한 눈에 내려다 보는 전망도 명품이었다.

그래서 다른 예식장에 비해 비쌌지만 예약은 끊이지 않았다. 정모(46·회사원)씨는 “나도 예식장 한번 빵빵한 곳에 잡았다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예식장끼리 경쟁이 도를 넘어서면서 한때 예식을 올리면 이혼한다는 해괴한 소문이 나돌 때는 마음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로얄예식장은 지난 7일 마지막 한 쌍의 예식을 끝으로 21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로얄예식장은 그러나 인근에 모여있던 세운, 울산, 평화, 용궁, 청아 등 다른 예식장 모두가 문을 닫은 뒤에도 지금까지 버텨왔다. 로얄예식장은 21년을 거치면서 어린 아이들도 이름만 대면 아는 울산의 랜드마크가 됐다. 울산시는 8월 중 로얄예식장의 철거를 마치고 태화루 복원을 위한 실시설계를 늦어도 2010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곧바로 복원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사기간 1년 6개월이 지난 2011년에는 지금의 로얄예식장 자리에 ‘태화루’가 또 하나의 명물로 등장한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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