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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너지는 중산층 살릴 길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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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줄어들고 빈곤층이 늘어났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중산층 가구의 비중이 1996년 68.5%에서 2006년에는 58.5%로 10%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에서 빈곤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11.3%에서 17.9%로 늘어났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간 가구는 3%포인트인 반면, 빈곤층으로 떨어진 가구는 7%포인트로 두 배가 넘었다. 사회 양극화가 중산층 붕괴에서 시작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경제의 국경이 무너지고 신자유주의 물결이 높아지면서 중산층이 타격을 받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문제는 잘못된 국내 정책이 중산층 붕괴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큰 정부를 고집하는 바람에 중산층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시장원리와 동떨어진 평등지향적 정책들은 성장동력을 억눌렀다. 이런 구조에서 중산층의 건재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산층의 몰락을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 중산층은 사회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안전판이다. 중산층이 위축되면 사회의 건강성도 떨어진다. 최근 사회 혼란이 꼬리를 무는 것도 중산층 몰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KDI의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성적표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실패를 거울삼아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중산층을 복원시키겠다”는 공약을 기억한다. 그러려면 성장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가진 사람에게서 더 많이 거둬 없는 사람에게 퍼주는 식의 분배정책은 이미 실패로 결론 났다.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활력을 불어넣는 게 우선이다. 감세정책도 중산층과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투자가 늘고 일하려는 의욕을 북돋울 수 있다. 번듯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소득을 끌어올리는 게 중산층 복원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