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외환카드 주가조작 무죄” … 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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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외환카드 주가조작과 관련한 재판이 대법원으로 넘어가고,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도 매각 승인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24일 서울고법 형사9부는 외환카드 합병 당시 ‘허위 주식 감자설’을 유포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론스타가 외환카드의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허위로 감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매각의 열쇠를 쥔 금융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책임 있는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만약 항소심에서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됐다면 금융위는 이를 근거로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의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다. 이 경우 론스타에 거액의 투자차익을 안겨준다는 점 때문에 금융위는 고심을 계속해 왔다. 정부가 론스타의 ‘먹튀’를 조장한다는 국내 비난 여론을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날 론스타에 무죄가 선고되고, 검찰이 상고를 밝히면서 금융위는 이런 압박에서 해방된 것이다.

유재훈 금융위 대변인이 “아직 사법적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제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또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쇠고기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국민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대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있은 뒤라야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매각 건이 장기간 미제로 남아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싸늘해지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은 금융위로선 둘째 문제다.

이로써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론스타와 영국계 은행 HSBC의 계약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론스타와 HSBC은행은 지난 4월 외환은행 매매 계약의 시한을 다음달 말로 3개월 연장했지만 금융위가 이때까지 승인하지 않을 것이므로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HSBC 관계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연장했는데 이런 상황에선 계약을 계속 끌고가긴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비해 론스타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이미 두 차례의 배당과 지분 매각으로 이미 1조8000억원을 챙겼다. 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에 투자한 원금의 85.4%에 해당한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이날 국내 홍보대행사를 통해 “우리는 이번 재판의 전 과정에 걸쳐 결백하다는 입장을 유지했으며, 법원이 이를 확인해 준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빨리 투자수익을 회수하라는 투자자의 압박이 커지면 론스타는 남은 외환은행 지분(51%)을 장내에서 매각할 수 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장내에서 매각하면 단독 인수자에게 팔 때보다 최소 1조원 이상을 손해 본다”며 “투자펀드의 속성으로 미뤄볼 때 좀 더 기다려 제 값을 받고 팔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와의 계약이 파기된 이상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매도 가격을 더 올려 부를 수 있다. 게다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인수에 적극적이다. 결과적으론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론스타가 챙겨갈 몫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외환은행이다. 매각이 3년째 지연되면서 외환은행의 영업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쟁자들은 내년 2월 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해 증권사 등을 설립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외환은행은 대응을 못 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매각이 지연되면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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