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 소재 표면성질 마음대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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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분자 소재의 표면 성질을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0일 고석근(高錫勤.38.세라믹스연구부)박사팀이 이온빔(에너지를 띤 입자들의 집단)을 이용한 고분자 표면 개질(改質)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의 개발로 물방울이 안 맺히는 비닐,이물질(異物質)이안 끼는 콘택트렌즈,땀을 흡수하는 합성섬유,아주 가는 금속배선이 가능한 회로기판등 획기적인 표면 성질을 지닌 고분자화합물을값싸게 양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 기술의 기본 원리는 고분자 소재 표면에 이온빔을 조사(照射)해 표면의 화학반응을 활성화시켜 특정가스와 결합하도록 함으로써 표면 성질을 의도한대로 바꾸는 것이다.
KIST는 이 연구팀이 소수성(疏水性.물에 대해 친화력을 갖지 않는 성질)이 매우 강한 테플론(불소수지)에 이 기술을 적용시켜 친수성(親水性)이 높은 성질로 바꾸는데 성공한 것을 비롯해 각종 고분자 플라스틱의 다양한 표면 개질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의 소수성만 하더라도 플라스틱 사용에 큰 제한 요소여서 각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개발 경쟁을 벌여왔다. KIST측은 새로 개발된 기술이 기존의 친수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해온 표면 개질 기법인 코로나 방전.아크 방전.레이저빔조사(照射).계면활성제 도포(塗布)등과 비교할 때 친수성 증대값이 3~5배에 이르는등 그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고 밝혔다.
또 생산 경비면에서도 소모되는 것은 가스뿐이어서 매우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高박사는 『표면 식각(蝕刻)이나 이온 주입등의 용도로 사용해왔던 이온빔을 가스가 반응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이 기술의 키포인트』라며 『물리(이온빔 연구)와 화학(가스 반응연구)을 접목시킨 것이 뜻밖의 좋은 결과를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의 응용범위에 대해 高박사는▶노폐물이 전혀 안 생기는인공장기(人工臟器)용 고분자 소재▶각종 금속.고분자.세라믹스등을 결합한 신복합재료▶초고집적(超高集積)회로 제조분야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高박사팀의 논문은 지난해 12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재료학회(MRS)에 발표된 250여편의 논문중 최우수 논문으로선정되기도 했다.
KIST는 이 기술을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등에 특허 출원을마치고 최근 삼양사와 공동으로 상품화 연구에 들어가기로 계약했다. 삼양사의 연구개발본부장인 김경원(金炅元)전무는 『우선 물방울이 안 맺히는 농업용 비닐이나 흡습성(吸濕性)을 갖는 합성섬유등 시장성이 큰 분야부터 상품화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생산설비및 양산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등 해결할 과제가 아 직 많아생산 적용은 3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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