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집배원 정치인 좌파 간판스타 떠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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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프랑스 사회당에는 특별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당수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직접 챙기는 ‘올리비에 브장스노 대책위원회’다. 브장스노(34)가 누구이기에 사회당이 이런 모임까지 만든 것일까.

브장스노는 우편집배원으로 1999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과 2007년 혁명공산주의연맹(LCR)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간접세 폐지와 빈국 부채탕감 등을 주장하는 극좌파인 그는 두 번 모두 4%대를 득표해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골수 좌파의 대표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사회당까지 포함한 프랑스 좌파의 대표 정치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르피가로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맞붙어 가장 경쟁력있는 좌파 후보로 브장스노를 꼽았다. 그는 17%를 얻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13%)과 지난 대선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9%)을 가볍게 따돌렸다. 좌파 지지자의 경우 26%가 그를 추천했다.

◇월급 176만원 유기농 정치인=브장스노가 뜨는 이유를 현지 정치평론가들은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한 방송은 좌파 지지자들이 그를 ‘유기농 정치인’이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 선거운동도 집배원 휴가를 내고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시 집배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지난해 선관위 신고 내역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3만7000유로(약 5920만원)다. 사는 곳은 파리 달동네인 18구의 55㎡짜리 아파트다. 이것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샀고 빚은 18년 동안 갚는다. 자동차는 푸조사의 가장 작은 106 모델을 탄다. 월급은 세후 기준 1100유로(약 176만원)다. 이 때문에 그가 굳이 서민의 대변자라는 말을 하지않아도 누구나 그렇게 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사회당 루아얄 후보의 최측근 참모가 TV에 나올 때마다 매번 다른 명품 시계를 차고 나와 입방아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취미는 역시 부자 좌파로 몰린 루아얄의 지지도에 영향을 미쳤다. TV에 비치는 모습도 언제나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당원들과 어깨동무를 하거나 격의없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에둘러 하지 않고 모든 사안에 명쾌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도 그의 매력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한편 사르코지와 브장스노는 묘한 인연이 있다. 그들은 파리10대학 선후배 사이다. 인생을 출발한 지역도 같다. 사르코지의 사실상 첫 직장은 파리 근교 뇌이 쉬르 센의 시장이었다. 브장스노 역시 이곳에서 처음 집배원 일을 시작했다. 뇌이는 프랑스 최고 부자동네 가운데 한 곳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올리비에 브장스노(34)

-경력

· 1997년 뇌이 쉬르 센 집배원 / 1999년 혁명공산주의연맹 의원 보좌관 / 2002년 대선 출마 4.25% 득표 / 2007년 대선 출마 4.08% 득표

-재산: 3만7000유로(약 5920만원)

-월급: 세후 1100유로 (약 176만원)

자료 : 2007년 대선 후보 등록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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