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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라인 쇼크 … 세계증시 다시 흔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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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채권보증회사 부실이 전 세계 증권시장에 신용위기 공포를 재발시켰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지난 주말 미국 채권보증업체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3~5단계씩 낮춘 게 도화선이 됐다.

미국 다우지수는 1.8% 하락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만2000 아래로 주저앉았다.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이었던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700포인트가 깨지기도 했으나 오후에 낙폭을 줄여 15.41포인트(0.89%) 떨어진 1715.59로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도 3.17% 하락하며 20일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고, 홍콩 H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모노라인이라고 불리는 채권보증업체는 1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지방정부 채권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금융기관 구조화채권(COD)에 1000억 달러의 보증을 섰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이들 채권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을 보유한 금융회사는 추가로 거액을 손실 처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위기감이 잦아들던 미국 금융시장에 2차 위기설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게다가 무디스는 모노라인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6개월~2년에 등급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우려가 현실로 바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미국 경제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소비자 신용 부문의 부실이 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1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은 4.86%로 6년 만에 최악”이라고 말했다.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노라인 신용등급 강등에 관해 무디스는 이달 초 이미 경고했고, 피치는 1월과 4월, S&P는 이달 10일 두 회사의 신용등급을 내린 바 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예고된 사안에 과민반응하는 것은 투자 심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곧 금리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관한 강력한 경계 메시지가 나온다면 금융회사 주가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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