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듣는 넥스트의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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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올 한햇동안은 동성동본 부부들도 합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지난해 「혼인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1년동안 한시적으로 동성동본 부부나 연인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78년과 88년 두차례 혼인특례법이 시행됐을 때 각각 4,577쌍과 1만2,333쌍의 동성동본 부부가 혼인신고를 마친 기록이 있다.
지난해 가을 발표된 넥스트의 3집 『세계』를 다시 꺼내 듣는것은 이중 7번째 수록곡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가 혼인특례법의 시행에 때맞춰 새삼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힘겨워하는 연인들」이란 다름아닌 동성동본 연인들을 말한다.이 노래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사랑,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랑때문에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인 셈이다.
이 노래는 이러한 사연을 모른채 듣더라도 완성도가 높은 노래다.얼핏 들으면 전자음향(테크노사운드)에 바탕을 둔 록으로 일관,음반전체의 통일성을 깨는 것처럼 보인다.
멤버전원의 무반주 중창의 도입부에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는 전형적인 복고풍의 발라드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잔잔한 분위기는 중반부에 접어들어 넥스트의 입체감 있는 사운드가 터져나오면서 반전된다.
신해철의 목소리는 담담하지만 내용은 절규에 가깝고 호소력이 있다.『아직 단 한번의 후회도 느껴본적은 없어,다시 시간을 돌린데도 선택은 항상 너야』.멜로디도 어렵지 않아 친근감이 돌고김세황의 기타솔로도 처절한 분위기를 살리는데 일 조하고 있다.
이 노래의 「미덕」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사운드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점이다.
노래의 가사는 직설적이지 않다.그러나 『중국은 이미 1908년에 폐지된 규정을 우리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음반해설지의 문구는 넥스트가 민법 809조 동성동본 금혼조항의 철폐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선언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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