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환경 올림피아드 휩쓴 까닭?

중앙일보

입력

터키에서 열린 제16회 국제환경탐구올림피아드(INEPO)에 출전한 한국팀이 금메달 10개 중 4개를 휩쓸어 파란을 일으켰다. 이 대회는 전세계 중·고교생 대상 환경관련 행사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정평이 나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행사에 학생들을 이끌고 참여한 경기과학고 유재준(41), 한성과학고 홍준의(45) 교사를 만났다.


김지혁(이하 김):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줄곧 좋은 성과를 얻었는데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유재준(이하 유): 기본적으로 실력 있는 학생들이 참가합니다. 이번에도 과학고와 민사고·영재고·국제고 학생으로 이뤄진 6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환경이나 과학 관련 지식이 풍부하고 열정면에서도 다른 나라 참가팀을 압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의 기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논문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홍준의(이하 홍): 이번에 심사위원으로 대회에 참여했었는데 독창성(20), 과학적 사고(30), 주제의식(30), 숙련도(20)를 심사합니다. 한국학생들은 과학적 사고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는 저뿐 아니라 다른 나라 심사위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죠.
유: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각종 과학전람회의 역할도 큰 것 같아요. 저변이 확대되다 보니 전반적 지식수준이 많이 올라간 거죠. 그리고 지도교사의 역량도 큰 몫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홍: 과학고의 경우에는 1학년 때부터 집중 탐구기간을 통해 과제 심층연구 및 논문 제작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각종 과학적 데이터 작성과 활용법, 논리력 향상에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이런 점들이 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
김: 올림피아드 출전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유: 테마선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기 혼자가 아닌 전 지구적으로 관심 있을 만한 주제를 골라야 합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은 기본이지요. 1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웬만한 끈기와 열정으로는 이 기간동안 연구를 지속하기 힘듭니다.
홍: 주제를 선정할 때 세계인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수준에서 과학적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학생들이 직접 청중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도교사 1명과 학생 2명이 한 팀을 이루는데 당연히 팀워크도 중요합니다.
김: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텐데. 어떤 점이 힘들었습니까.
홍: 지원이 전혀 없다는 점이죠. 국가대표로 참가하는데 기본적인 경비마저 지원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자비 들여서 대회에 참가했는데 수상하지 못하면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죠. 그리고 한국의 특수한 교육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맘껏 못한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대입을 위한 성적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이죠.
유: 팀워크가 중요한 만큼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면 프로젝트 진행이 힘들어요. 각각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학생들 간의 갈등을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홍: 맞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한때 팀 와해위기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들인 노력에 비해 큰 것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김: 어떤 주제로 대회에 참여했습니까.
유: 공생균을 이용한 폐금속 광산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폐광 찾는 일이 만만치 않더군요. 지난겨울 깊은 산속 폐광에 들어갔다가 눈 때문에 길을 잃어 아찔한 적도 있었습니다. 공생균을 소나무 뿌리에 이식한 후 생장 정도를 실험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소나무의 생장이 너무 느려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홍: 저희는 서해안에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 유화제가 2차 오염을 일으키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데이터를 얻기 위해 대학 실험실을 사용하기도 하고 태안 현지에 가서 봉사활동까지 하는 등 재미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완해야 할 데이터가 있었는데 시간 부족으로 다 끝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네요.
김: 대회가 끝난 후에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홍: 사실 그게 문제입니다. 대회에서 수상하고 나면 목표를 잃어버려서 그런지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전 지구적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과학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유: 입시위주의 교육환경 탓도 있지만 학생들의 사고방식도 조금 변해야 합니다.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머리로만 연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대안들을 실천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식하고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도 필요하고요.

국제환경탐구올림피아드(International Environmental Project Olympiad)란?
매년 터키에서 열리는 중·고교생 대상 과학논문 발표대회다. 유네스코(UNESCO)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총 42개국 104팀이 출전해 사상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금메달 10개가 걸린 이 대회에 한국은 총 6개 팀(경기과학고·민사고·인천과학고·청심국제고·한국과학영재학교·한성과학고)이 출전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수상했다.


금메달 수상팀
경기과학고 이민우·이시라
민족사관고 이주형·임현지
인천과학고 최동성·김수진
한성과학고 김규현·김현진
(이상 해당학교 2년)

은메달 수상팀
한국과학영재학교
천병진(3년)·김재윤(3년)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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