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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쟁점>젊은층에 확산되는 재즈 과열현장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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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96년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유행은 무엇일까.단연재즈다.최근 1~2년새 급격히 확산된 재즈붐은 도저히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즈음악만을 전문적으로 틀어주는 재즈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심지어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 뉴욕의 재즈클럽 분점을 서울에 유치하려는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다.최근 잇따르고 있는 재즈연주자들의 공연도 열리기만 하면 어김없이 만원이다.
시중 레코드가게에 가면 재즈붐을 실감할 수 있다.이전에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외국의 재즈음반들이 다양하게 수입돼 있고 전체 음반판매량중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음반시장은 물론 드라마.광고.패션까지 재즈음악과 재즈모드가 휩쓸고 있다.심지어소설가 장정일씨등 몇몇 작가들의 문체를 일컫는 「재즈적인 글쓰기」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공급과잉이란 우려가 생겨날 만큼 재즈는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양하다.재즈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재즈음악을 해왔던 연주자들이나 음악종사자들은 대체적으로 『이제 재즈가 한국에서 꽃을피울수 있는 시기가 왔다』며 환영하고 있다.또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아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는 대중문화에 대한 욕구와 감성에 꼭 맞는 음악』이라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이상열기에 가까운 재즈붐에 대해 문화적 허영심이 빚어낸거품이며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 는 이들이 많다.재즈는 그 속성상 쉽게 친숙해지기 힘든 난해하고 지적인 음악이다.하지만 최근 재즈를 즐기는 신세대들은 재즈에 대한 본격적인 이해에 바탕한 것이라기보다 막연히 「재즈」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분위기를 즐기는 경향이 높다 .
국제화 바람과 함께 이국정취를 즐기려는 수요를 재즈가 채우고있는 부분도 있다.외국의 재즈연주자들의 공연이 만원을 이루고 음반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국내의 재즈연주자들은 푸대접을받고 있다.또 최근의 재즈붐 확산은 상품구매욕 구를 끊임없이 창출해내야 하는 광고제작자들의 전략이 작용한 측면이 있는 것도사실이다.비운의 재즈여가수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깔고 있는 모 구두상품의 CF가 방영된 이후 해당상품과 함께 할리데이의 음반 판매고가 함께 치 솟는 「동반효과」가 일어난 사례가 이같은 분석을 입증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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