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유통시장개방-대만.태국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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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보다 10년 먼저 유통시장을 전면개방한 대만은 온통 일본물결이다.대만에 진출한 외국유통업체는 모두 22개사,106개 점포에 이른다.이중 미국계는 4개 업체,4개 점포에 불과하고 나머지 18개 업체,102개 점포는 모두 일본업 체가 쥐고 있다. 백화점은 지난 87년 일본의 소고백화점이 대만 태평양건설과 합작으로 백화점을 개점하면서 현지 백화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태평양 소고백화점은 단숨에 대만 제1의 백화점으로 올라섰고 지금도 그 위치에는 변함이 없다.소고 진출의 성공 에 고무된 일본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대만행을 서둘렀고 미쓰코시.다카시마야등이 엔고 위력을 앞세워 속속 대만에 터를 잡아나갔다.
대만계 백화점으로는 원동.내낸.비바만이 명맥을 지키고 있을 뿐이고 백화점업계를 주도하는 태평양 소고를 비롯해 신광미쓰코시.빙치도큐.대립이세탄.대엽다카시마야.야오한등이 모두 일본계에 속한다. 대만이 유통시장을 개방해 격변을 가장 많이 겪은 분야로는 가전업계가 꼽힌다.일본계 가전 양판점이 무더기로 진출하면서 기존의 대만 가전 대리점체제는 순식간에 붕괴를 맞았다.일본계 양판점들이 동남아지역에서 생산된 일제 가전제품을 대량 으로들여다 싼값에 판매하자 대만 가전대리점들은 대항할 기력을 순식간에 잃고 말았다.
이는 대만 가전시장의 구조와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대동.성보등 기존의 대만 가전 메이커들은 TV.냉장고.세탁기등 이른바 백색 가전제품 분야를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대부분 개인용컴퓨터(PC)분야에 주력하게 됐다.
창고형 할인매장등 신업태 진출은 유럽의 마크로(88년)와 카푸(89년)가 불을 댕겼다.
태국도 일본계가 판을 치기는 마찬가지다.다이마루.소고.이세탄.야오한.자스코.도큐등 일본계 백화점과 할인점들이 대거 진출해태국 유통시장을 석권하고 있다.여기에 89년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마크로가 진출해 20%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하면서 급속히 정착해 가고 있고 카푸는 95년 문을 열었다.마크로는 방콕시내 명소인 룸피니공원에서 북쪽으로 15㎞ 떨어진 창와타나지역에 4,000여평의 매장을 갖고 있다.
한국의 신업태들은 대부분 상권이 어느정도 확보된 지역에 들어서는 반면 태국의 경우 전혀 외딴 지역에 할인매장을 지어 상권을 키워가는게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94년 한해 매출이 25억바트(약800억원)에 달해 태국 최대 백화점인 로빈슨을 바짝 추격할 정도로 할인점이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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