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글로벌 역량, 홍콩·싱가포르 못지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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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개방성과 잠재력, 지정학적 측면에서 싱가포르·홍콩 같은 도시 국가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신선대부두 뒷산에서 바라본 부산항의 야경. [사진=송봉근 기자]

도시국가로 가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가 법적·제도적 권한을 줘야 한다. 특별법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시·도의 견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허남식 부산시장은 “도시 간 글로벌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싱가포르·홍콩 등 도시국가들과 비교해도 부산이 개방성과 잠재력, 지정학적 측면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왜 도시국가인가.

“세계는 이미 도시 간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낙오된다. 부산이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도시국가로 가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냈다.”

-‘도시국가’라는 건 정치적으로 민감한데.

“도시국가라는 것이 혁명적 정치 개념이라기보다 의식적·제도적·경제적 측면에 무게 중심이 실린 말이다. 이미 도시가 브랜드화되고 경쟁 격화에 따른 도시 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어색할 것 없다.”

-어떻게 하면 도시국가가 되나.

“무비자·무과세·무규제와 함께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 나아가 선진 교육·문화 시스템이 뒷받침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전략은 무엇인가.

“부산은 대륙횡단철도의 기·종점, 인구 800만 동남경제권의 중추도시,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 수려한 해안경관 자원을 보유한 도시다. 동북아 경제와 물류 흐름의 중심에 있다는 뜻이다. 우수한 대학과 공무원, 시민들과 하나의 도시국가로 성장할 만큼 자급자족적 산업경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현실적인 제약은.

“광역시장의 권한이 별로 없다. 경영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권한들은 중앙 정부가 틀어쥐고 내놓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달라.

“토지이용권 하나를 보자. 시장이 지역 내에 공단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가 권한만 주면 무엇이든 해낼 자신이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싱가포르·두바이·홍콩은 모두 항만을 갖췄다는 점에서 부산과 비슷하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국가이고, 우리는 권한 없는 지방 정부라는 차이가 있다. ”

 ◇도시국가는=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돼야 한다. 도시가 자체 입법권을 갖는 수준의 자치권이어야 한다. 무비자·무규제 등은 자치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도입하기 어렵다. 동시에 경제적 자율성 확보도 관건이다. 무과세 또는 최소 과세를 통한 ‘투자 천국’을 만들고 불필요한 분규를 차단해야 한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곳에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벌어질 수 없기 때문에 영어 공용화도 필요하다. 글로벌 인재 양성과 확보를 위한 선진 교육체제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은 과제이지만 지방 분권을 가속화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발전연구원 강성권 박사는 “부산시에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량권을 넘겨주는 특별법 제정 등을 거쳐 국제자유도시로 가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의 현실은=인구로 보면 싱가포르 440만 명, 홍콩 700만 명, 마카오 52만 명, 두바이 250만 명으로 부산(360만 명)이 열세는 아니다. 항구를 낀 해양도시라는 점도 비슷하다. 홍콩·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부산이 항로상의 요충지에 위치한다는 것도 닮았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 분야에서는 차이가 난다. 홍콩은 ‘가장 자유로운 국가’로 평가받고, 싱가포르·마카오·두바이는 ‘투자 천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적 자유가 이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부산은 여전히 외국인들이 투자하기를 꺼린다. 세금이 높고 고용 사정이 불안한 것도 이유다. 경제자유구역에 오히려 자유가 없다는 아우성도 들린다. 부산은 항만을 끼고 있는데도 별 특징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

글=강진권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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