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음식점 57만 곳 … 원산지 표시 단속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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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해도 국민의 불안은 여전하다. 특히 원산지 표시가 잘 지켜지지 않아 내부 시스템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형 마트인 홈에버에서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 표기한 사례가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부는 육류 원산지 표시 대상을 모든 음식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수많은 정육점과 음식점을 모두 감시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이달부터 쇠고기 원산지 표시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농관원은 기존 전담 인력에 다른 업무를 맡던 직원을 합쳐 1000여 명의 단속반을 구성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소비자단체에서도 3700여 명의 인력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18일 동안 1만7000여 곳의 음식점과 정육점을 단속했다. 하지만 전국의 음식점은 57만여 곳.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도 전국 식당을 한 번씩 살피는 데 꼬박 1년 반이 걸린다.

그나마 특별단속도 8월이면 끝난다. 9월 이후에는 명예감시원을 합쳐도 전담 인력은 650여 명으로 줄어든다. 앞으로 이 인력이 전국 음식점을 대상으로 쇠고기는 물론 돼지고기·닭고기·쌀·김치의 원산지까지 살펴야 한다.

농관원 관계자는 “그간 수입 쇠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만 신경 쓰면 됐지만 앞으로는 미국산이 다른 외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늘 것으로 보여 감시 대상도 그만큼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렵게 위반 업소를 적발해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올해 호주산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킨 업소는 200만원 벌금형, 뉴질랜드산을 호주산으로 속인 곳은 7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한우로 속여 팔 경우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주부클럽연합회 김순옥 사무처장은 “위반 업소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대형 유통업체들에 입점 업체의 관리·책임을 묻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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